천부경을 풀이하는 요령 7
一始를 “하나로부터 시작하다”는 식으로 풀이한 것처럼 푼다면 十終은 “十으로 끝나다”는 식으로 풀어야 한다. 즉 하늘에서 一로 시작을 하는 순간, 땅에서는 十이 끝난다는 말과 같다. 반대로 하늘에서 一終하면 땅에서는 十이 시작하는 十始가 된다. 이처럼 하늘의 시작은 땅의 끝이며, 땅의 시작은 하늘의 끝이라는 걸 일러준 게 천부경과 지부경의 첫 문구다. 이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어둠의 끝은 새벽의 시작, 곧 빛의 시작이고, 빛의 마지막은 곧 어둠의 시작을 가리킨다는 말과 같다. 이걸 통해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一은 하늘의 부호인 천부를 가리키고 십은 땅의 부호인 十을 가리킨다는 사실이다.
사실, 천부경과 지부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一始와 十終, 끝에 나오는 一終과 十始는 태극과 무극의 상관관계를 가리킨 셈이다. 예부터 우리 동양에서는 10을 가리켜 무극(無極)이라고 하며 1은 태극(太極)이라고 했다. 따라서 一始를 十終으로 본 것은 태극의 시작은 곧 무극의 끝과 같고, 반대로 一終을 十始로 본 것은 태극의 끝은 곧 무극의 시작과 같다는 말이 된다. 이걸 정확하게 알려면 태극과 무극의 개념을 먼저 정리하는 게 순서라고 할 수 있는데, 무극(無極)은 형상이나 구분이 없는 절대적 근원을 가리킨다면, 태극(太極)은 만물을 낳는 궁극 원리를 가리킨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사실 이 둘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실재의 두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十무극은체(體)와 같고, 一태극은 용(用)에 해당한다. 그러기에 무극에서 태극이 나온다고 하였다.
무극에서 태극이 나온다는 걸 숫자로 말하면 十에서 一이 나온다는 말이 되는데, 상식적으로 보면 1에서 2,3 ~~ 9 다음에 10이 나오지 않는가? 즉 一에서 十이 나오니 ’태극이 무극을 낳는다‘는 ’태극생무극(太極生無極)‘이라고 해야 하는데, 거꾸로 ’무극생태극(無極生太極)‘이라고 하는 게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의문을 해소해 주는 게 바로 ’사과 가르는 비유‘다. 사과는 세 번 가르게 마련인데, 그 궁극적인 목적은 사과의 중심점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 중심점에서 모든 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심점은 반드시 세 개의 一이 하나로 겹쳐서 쌓이는 ’일적(一積)‘을 통해 ’십거(十鉅)‘한 상태로 나타난다. 즉 一이 먼저요 十이 나중이라는 말이니, 이것은 숫자 1이 쌓여서 9가 끝나면서 10이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즉 ’태극생무극(太極生無極)‘을 가리킨 셈인데 어찌하여 ’무극생태극(無極生太極)‘이라고 했을까?
물론 세 개의 선(線), 곧 세 개의 칼날이 하나로 겹치면서 내면에 十이 나중에 생긴다는 것만 보면 ’태극생무극(太極生無極)‘이 맞는 말이다. 세 개의 칼날은 곧 天一, 地一, 人一이라는 세 개의 一을 가리킨 것인데, 그 세 개의 一이 겹치면서 나중에 생긴 게 大十(표면의 6개의 十은 小十이라 하고, 내면의 十은 大十이라 함)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세 개의 一은 一始한 一태극이 아니란 뜻이다. 왜냐하면 一始한 一, 곧 1태극은 大十字의 한 중심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大十字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중심점은 존재할 수가 없으니 1태극도 없다. 이처럼 세 개의 一, 곧 3극이 하나로 겹치면서 나타나는 대십자를 통해 1태극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 게 바로 ’무극생태극(無極生太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