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을 풀이하는 요령 9>에서 一始와 一終은 無始一과 無終一이라고 한 것과 대조적으로 十始와 十終은 有始十과 有終十이라고 하는 걸 언급했는데, 쉽게 말하면 ‘하늘은 무형인 허공이므로 그 시종도 허공처럼 무시무종이라고 한 것이고, 땅은 유형이므로 그 시종도 유시유종’이라고 한 셈이다.
이런 이치를 잘 보여주는 게 바로 천부와 지부다. 천부는 一이요 지부는 十이라고 하였는데, 이 둘의 차이점을 제대로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부호와 땅의 부호를 식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호는 크게 천부와 지부, 인부라는 셋으로 대별(大別)하는데, 흔히 말하는 천지인(天地人)은 천부와 지부, 인부를 가리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3부(三符)를 식별하는 요령은 곧 천부경을 이해하는 요령이기도 한데, 천부는 一이라고 하였으니, 一의 기능을 제대로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一이 하는 기능이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무수한 숫자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전부 一의 산물(産物 - (결과로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0이라는 곳간을 맨 처음 열고 나오는 0+1도 1이며, 그 1을 갈라 한 쌍의 짝으로 벌어지게 한 1+1=2도 1의 작용이고, 2의 한 중심을 세워 음양의 기준을 잡아주는 2+1=3도 역시 1의 작용이다. 만약 3이 없으면 1이란 절대성과 2라는 상대성은 다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1이란 절대성은 0이란 무형의 중심으로 모이려는 속성이 강하며, 2라는 상대성은 반대로 표면으로 벌어지려는 속성이 강한데, 그것은 상방과 하방, 전방과 후방, 좌방과 우방이라는 상대적인 양면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때에 1의 절대성과 2의 상대성을 하나로 이어주는 3이란 숫자가 없다면 1과 2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이치에 따라 천부경에서는 天一1과 地一2, 人一3이라는 세 개의 一이라고 했다.
이처럼 一二三이란 숫자는 모두 一의 속성을 띠고 있기에 一字의 형태로 나타낸다. 3+1=4도 역시 1의 작용과 기능이 있지만, 그것은 두 번째 1, 곧 2석(二析)이기에 一字가 아닌 十字의 형태요 지부라고 한다. 一字인 천부는 허공인 하늘처럼 모든 걸 갈라지게는 하지만 그걸 형상으로 쌓이게 하는 기능은 없다. 형상으로 나타나려면 반드시 음과 양이 하나로 겹쳐 쌓여야 하는데, 그걸 상징한 부호가 바로 十이다. 우리 말에도 남녀가 합일하는 걸 가리켜 十을 강하게 발음하여 ‘씹’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성의 성기의 형태인 丨과 여성의 성기의 형태인 0이 합한 걸 ‘10’으로 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데, 10은 곧 1이 텅 빈 0속에 天一, 地一, 人一이라는 세 개의 一이 합친 一始의 一로 형상의 시작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