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숫자 중에서 유형을 가리키는 숫자는 2-4-8로 이어지는 세 개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형을 가리키는 숫자라고 하면서 이것은 지부경에 나오는 천일관오칠, 지일관사팔, 인일관육구라고 했다. 그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십종유종십정구포일일구백굉동십생일절화삼삼천일관오칠지일관사팔인일관육구(十終有終十靜九抱一一九白宏動十生一折化三三天一貫五七地一貫四八人一貫六九)”
지부경 100자 중에서 36자가 이에 해당하는데, 그걸 풀이한다면 <(지부)는 十으로 끝나지만 끝나는 十이 있다. 정구(고요한 9)가 一을 품는데 그 一 아홉이 백굉(크게 밝아짐)하면 동십(움직이는 十)이 一을 낳아 3×3=9로 꺾어지며 天一一은 5-7로 일관하며, 地一二는 4-8로 일관하고, 人一三은 6-9로 일관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천부경도 어려운데 지부경까지 풀이를 한다면 더 큰 난관에 부닥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둘을 비교하면 그 의미가 매우 선명해진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천부경의 시종을 一始와 一終이라고 한 것을 ‘一의 시종’이나 ‘하나의 시종’으로 여기게 마련이지만, 지부경의 시종인 十終과 十始와 비교를 한다면 단순한 1과 10을 가리킨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즉 허공과 같이 텅 빈 무형을 상징한 하늘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겹쳐 쌓이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기에 天一, 地一, 人一이라는 一로 상징하여 一始와 一終이라 한 것이고, 반대로 모든 물질이 쌓인 유형은 음양이 결집한 상태인 十으로 상징하여 十終과 十始라고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一과 十이란 숫자는 하늘과 땅의 속성을 집약한 부호, 곧 천부와 지부를 상징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천부경의 一始와 一終은 ‘천부의 시종’을 가리킨 것이고, 지부경의 十終과 十始도 역시 ‘지부의 시종’을 가리킨 셈이다. 그러기에 一始와 一終은 無始一과 無終一이라 한 것이니 하늘은 텅 빈 허공이기 때문이고, 十終과 十始는 有終十과 有始十이라고 한 것이니 땅은 유형적인 형상이 시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땅에서는 모든 것이 유형으로 시작해서 유형으로 끝나기 때문에 十終도 有終十이고, 十始도 有始十이라고 했다는 걸 사과 가르는 비유를 통해서 살펴보는 것도 요령이다. 즉 하늘에서는 모든 것이 무형이기에 천부의 시종은 無始一과 無終一이라고 했다는 것도 역시 사과 가르는 비유를 통해서 함께 살피기로 한다. 하늘은 무형이 모인 곳이기에 無始一과 無終一이라 하고, 반대로 땅은 유형이 모인 곳이기에 有終十과 有始十이라고 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형상을 위주로 본 셈이다. 그러나 사과 가르는 비유는 형상을 위주로 한 게 아니라 동정(動靜)을 위주로 본 셈이다. 즉 사과를 가르는 세 개의 一(칼날, 線)은 형상을 가르는 동적인 힘을 가리킨 것이라면, 그런 힘에 의해서 갈라진 두 조각, 네 조각, 여덟 조각이라는 2,4,8은 정적인 형상을 가리킨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1,3,5,6,7,9,10은 동적인 힘이요, 2,4,8은 정적인 형상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렇게 구분하는 건, 지엽적(枝葉的)인 면으로 치우친 것일 뿐, 그 실상을 보면 모든 숫자에는 음양이 함께 하는 것처럼, 동정이 함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