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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무는 날에 듣는 김 추기경님의 기도

작성자처음처럼|작성시간09.12.24|조회수17 목록 댓글 0

 

 

 

 

나는  오늘 성탄의 자정이 다가오고

한해가 다 저무는 이 밤에

한편의 시 를 읽고 있습니다.

 

김 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기도를 주제로한

정 호승 시인의 시 한편인데

왜이리 마음   속깊숙히 파고 드는지,

 

우리 이웃의 고마운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이렇게 함께 하자구요.

 

 

처음처럼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 성당을 빠져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

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를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 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바닥에 앉아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의 시신을 몇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 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눈 위에 라면 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으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둘기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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