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서방이 지난밤 다리가 부러져 집에 드러누워 있다는 소문이 이른 아침 우물가에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부러진 사연이 기가 막혔다.
아침상을 물리고 난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송서방네 집으로 모여들었다.
부러진 오른쪽 무릎에 부목을 대고 광목으로 다리를 칭칭 감은 송서방이 누워서 끙끙 앓고 있고, 의원은 진맥을 하고 부인은 송서방 가슴팍을 때리며
“아이고 이 미련한 사람아, 쌀 한자루가 뭐 그렇게 중하다고 도깨비한테 달려들었소, 그래!” 하며 하소연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여?”
마을 사람들의 물음에 윗몸을 겨우 일으킨 송서방이 간밤에 생긴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삼경이나 되었을 거요.
부엌에서 뭔가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나 옷을 입고 나가 봤더니 글쎄….”
송서방은 말을 잇지 못하고 와들와들 떨었다.
의원이 건네준 우황청심환 한알을 삼키고 난 송서방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시커먼 놈이 쌀자루를 메고 부엌문을 열고 나가지 뭡니까.”
동네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죽였다.
“제가 다듬이 방망이를 들고 ‘게 섰거라.
이 도둑놈아’ 소리치며 달려들자 그 쌀도둑이 돌아서는데, 아, 글쎄 외눈깔에 털북숭이 얼굴에 머리엔 뿔이 달린 도깨비지 뭡니까.
그 도깨비란 놈이 한손으로 내 멱살을 잡더니 하늘로 추켜올려 마당에 냅다 패대기를 칩디다.”
동네 사람들의 탄성이 터졌다.
“덩치는 크던가?”
“키는 저만한데 힘이 장사였어요, 한손으로 저를 추켜드는 게 꼭 호리병 하나 드는 것 같았어요.”
도깨비의 공포가 조용하던 동네를 덮쳐 밤만 되면 사람들은 마실도 가지 않고 문을 꼭꼭 닫아걸었다. 보름쯤 지나자 송서방이 나들이를 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다리를 굽힐 수가 없어 뻗정다리가 된 송서방은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동네로 나왔다. 도깨비가 이제는 떠나갔다고 동네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릴 때쯤, 홍초시네 집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쌀 한자루를 퍼 가는 걸 문틈으로 뻔히 보고서도 꼼짝없이 숨을 죽였다.
쌀도둑 도깨비는 밤만 되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이씨네, 김가네, 곽서방네, 권참봉네가 도둑을 맞았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때가 되면 도깨비가 동네를 떠날 테니 괜히 달려들다가 송서방처럼 병신 되지 마라”며 젊은이들을 타일렀다. 도깨비의 쌀도둑질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 날 밤,
“도깨비를 잡았다!”는 고함 소리에 동네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몰려왔다.
임가가 쓰러진 도깨비를 타고 앉아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도깨비 탈을 잡아당겨 벗기자 그는 바로 뻗정다리 송서방이었다.
며칠 전 장에 갔다가 고개를 넘어오던 임가가 배탈이나 풀숲에 들어가 엉덩이를 까발리고 앉았는데, 송서방이 지팡이를 짚고 쩔뚝쩔뚝 고개를 넘다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지팡이를 옆구리에 차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걸 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