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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헛걸음만 하다 (公然虛行)

작성자강정숙(초아 강)|작성시간18.02.11|조회수35 목록 댓글 0


고금소총 제227

 

공연히 헛걸음만 하다

 (公然虛行)

 .

옛날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극히 어리석고 게을렀다.

.

마침 숙부가 세상을 떠났는데,

연락을 받고도

문상 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하도 답답해서

이렇게 책망했다.

"여보, 당신은 숙부님이

운명하셨는데도

문상 갈 생각을 안 하니

무슨 까닭입니까?


.

어서 가서 문상을 해야지요."

그러자 이 사람은,

"뭐 문상 같은 건

그렇게 급히 서둘 일은

아니잖아?"

하면서 역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여러 번 권하고

독촉하니 부득이

일어나 상가로 갔는데,

.

미처 문상도 하기 전에

상주인 종제에게 묻는

것이었다.

"종제! 숙부님이 생전에

쓰시던 갓은

어디 있는가?


 

평소 좋아 보여서

내가 가져다 쓰고 싶어

그런다네."

.

", 형님. 늦었습니다.

건넛마을 이서방이 탐을

내면서 달라기에

벌써 주어 버렸는데요."

", 그랬군. 그러면

숙부님이 쓰시던

여름 휘항1)은 어디 있는고?

내 가져다 쓰고 싶은데."

1)여름 휘항(凉揮項) : 목에

땀이나 옷이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목뒤에 착용하는 것


 

"형님, 그것도 목수에게

주었습니다.

.

통나무를 켜서 관을 짜느라

너무 수고가 많기에

주어서 보냈답니다."

"목수에게 주었다고?

그렇다면 숙부님의

낡은 진신2)은 어디 있지?

2)진신(泥鞋,니혜) : 비올 때

신는 기름 입힌 가죽신

그게 아직 멀쩡하던데

내가 신으면 좋겠어."

"형님, 그 진신도 말입니다.


 

염습을 하느라 많이 애쓰신

동네 노인께서

가져가겠다고 하시기에

드렸습니다."

종제가 이미

남에게 모두 주어

버렸다는 말에,

이 사람은 하나도 가져갈

것이 없다고

투덜대고 일어서면서,

"그렇다면 오늘은

공연히 헛걸음만 했구나."



라고 말하고는

문상도 하지 않은 채

시무룩해 돌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이를 본 조문객들이

혀를 차지 않는 사람이

없었더라 한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15071?category=65135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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