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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들..

그냥 심심해서요. (48575) 산 전체를 비단으로, 금산

작성자노랑이네|작성시간26.06.22|조회수16 목록 댓글 0

"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겠다"… 약속 지키려 이름에 '비단 금' 넣었대요

 

금산

 

경남 남해군의 금산은 푸른 파도 위에 신비로운 바위 성을 지어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유명합니다. 원래는 보광산이라 불렸죠. 이 산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건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건국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왕이 되고 싶었던 이성계는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백두산과 지리산도 찾았지만 별다른 효험(어떤 일의 좋은 결과)을 보지 못하자, 마지막으로 남해의 보광산을 찾아와 100일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이때 그는 “내가 왕이 된다면 이 산 전체를 온통 비단으로 감싸겠다”는 약속을 산신령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경남 남해군 금산에서 바라본 일출 모습입니다. /남해군청

 

마침내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약속을 지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나라의 비단을 모두 모아도 거대한 산 전체를 천으로 두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고민에 빠진 이성계에게 신하들이 한 가지 묘안을 냈습니다. 바로 ‘비단 금(錦)’ 자를 써서 산 이름을 금산(錦山)으로 바꿔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성계는 만족해하며 신하들의 의견을 받아들였죠. 산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비단옷을 글자로 입혀 은혜를 갚은 셈입니다.

 

금산 정상 부근에 있는 사찰인 보리암은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홍련암, 인천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한국 3대 기도처’로 손꼽힙니다. 선조들은 바다의 끝없는 넓이와 깊이가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움과 닮았다고 믿었는데요. 보리암은 성벽처럼 둘러친 금산의 절벽 끝에서 바다를 정면으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보리암을 명당으로 꼽은 것이죠. 지금도 수능 시즌이 되면 100일 기도를 위해 학부모들이 몰려든답니다.

 

남해 금산은 1980~1990년대 문학을 사랑하던 청년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성복 시인이 1986년에 발표한 ‘남해 금산’이라는 시 덕분입니다. 바위가 많은 금산을 빌려 가슴 아픈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한 시죠.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금산은 정상 부근의 보리암까지 도로가 있어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관광지인데요. 최근 금산은 ‘컵라면 성지’로도 손꼽힌답니다. 보리암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금산산장이 있고 이곳에서 컵라면을 팝니다. 바다를 보면서 먹는 컵라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유행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신준범 월간 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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