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공기의 마술… 공 휘게 해서 짜릿함 더하죠
마그누스 효과
이동훈 작가·'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 저자
모두 월드컵 재미있게 보고 계신가요? 지구 반대편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는 축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강력한 슈팅과 정확한 패스,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지요.
특히 공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그물망을 흔드는 모습은 축구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선수의 발을 떠난 공이 공중에서 어느 순간 방향을 바꿔 골대 구석에 꽂힐 때, 팬들이 감탄하는 소리는 더욱 커집니다. 만약 축구공이 직선으로만 날아간다면 경기는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답니다. 공이 휘는 건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공기 때문이거든요. 다만 경기장 위치에 따라서 아름다운 곡선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직선에 가까운 슈팅이 자주 나올 수는 있습니다. 오늘은 축구공의 움직임에 숨어 있는 과학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축구공은 왜 휘어질까?
한국의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의 대표적 장기는 ‘감아차기’입니다. 공이 휘어지며 골대로 향하니 골키퍼 입장에선 재앙이죠. 이처럼 공이 휘는 건, 선수가 공에 회전을 주기 때문입니다. 선수가 축구화 안쪽 면으로 공의 정면이 아닌 한쪽을 스치듯 차 올리면 공에 회전이 생깁니다.
그래픽=유재일
그다음부터는 ‘공기의 시간’입니다. 회전하는 공이 공중으로 떠오르면 공 주위의 공기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선수가 오른발로 공을 차서 공에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이 걸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공이 나아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공의 오른쪽을 지나는 공기는 공의 회전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끌리는데, 마주 오는 공기와 부딪히게 됩니다. 공기 속력이 느려지게 되죠. 반대로 공의 왼쪽은 공의 회전 방향과 공기의 흐름이 일치하니 속력이 증가합니다. 1738년 스위스의 물리학자인 베르누이가 설명한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르면, 공기 흐름이 느린 곳의 압력은 빠른 곳의 압력보다 커집니다. 즉, 공의 오른쪽의 압력은 증가하고, 왼쪽의 압력은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힘은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힘센 공기’(압력이 높은 쪽)가 밀어내는 힘을 갖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선수가 오른발로 공에 반시계 방향 회전을 주면, 공은 공중에서 왼쪽으로 휘어 들어가게 됩니다. 이처럼 회전하는 물체 주위에 생기는 압력 차이로 물체가 휘는 현상을 ‘마그누스 효과’라고 합니다. 1852년 독일의 물리학자인 마그누스가 발표한 현상입니다. 축구공뿐 아니라 야구공, 탁구공 등 다양한 공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죠.
고지대에선 조금 달라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첫 경기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달 18일부터 고지대에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의 1·2차전 경기 장소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1m의 고지대거든요. 한국에서 높기로 소문난 설악산 대청봉(1708m)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미리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한 겁니다.
산에 올라갈 때 높아질수록 숨쉬기가 조금 힘들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이는 공기의 양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공기에도 무게가 있습니다. 지구의 중력은 공기를 아래쪽으로 끌어당기는데, 그래서 공기는 낮은 곳에 더 많이 모여 있고 고지대에선 공기의 양이 적습니다.
이 때문에 고지대는 여러모로 선수들에게 악조건입니다. 산소가 적어 숨이 더 차고, 근육으로 전달되는 산소가 감소해 근육 회복이 느려집니다. 판단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악조건은 평소처럼 공을 찼는데도 공이 뜻대로 날아가지 않아 당황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아까 배운 마그누스 효과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공 주위에서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이 공을 휘게 만들었죠. 그런데 높은 곳에서는 공기의 양이 적기 때문에 공에 작용하는 힘도 약해집니다. 공을 휘게 하는 ‘재료’가 부족한 셈입니다. 그래서 고지대 경기장에서는 마그누스 효과가 약해집니다. 선수가 평소처럼 슈팅을 날렸는데 공이 덜 휘는 일이 발생하곤 하죠. 공기라는 장애물이 적은 것이기에 공은 곡선보단 직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며 더 빠르게, 더 멀리 날아가기도 합니다.
공기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공기뿐만 아니라 축구공의 구조도 공의 움직임에 영향을 줍니다. 축구공의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개의 조각이 이어져 있는데요. 이러한 조각을 ‘패널’이라고 합니다. 패널의 모양과 표면의 홈은 공기 흐름에 영향을 줍니다. 공이 공중에 날아갈 때 공기와 부딪히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수들은 월드컵 대회 공식 공이 새로 나올 때면 이를 다뤄보고 “공의 움직임이 이전과 다르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번 월드컵 공인구인 ‘트리온다’를 막아본 골키퍼 조현우 선수는 “볼이 살아서 오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축구공 속 공기의 압력도 중요합니다. 공기압이 너무 낮으면 멀리 차기 어렵고 잘 튀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공기압이 너무 높으면 공이 지나치게 단단해져 원하는 방향으로 차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경기 전 심판들은 공기압이 규정에 맞는지 확인합니다.
경기장의 잔디도 공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잔디가 길면 공이 구르면서 마찰을 더 많이 받아 속도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잔디가 짧으면 공이 비교적 빠르게 굴러갑니다. 잔디가 젖은 상태라면 공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데요. 그래서 잔디의 상태를 신중하게 점검하는 축구 감독이 많습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공의 움직임을 바꾸고, 나아가 경기의 결과도 뒤집을 수 있습니다. 골문 밖으로 벗어날 것 같았던 공이 골대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로 연결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공기의 흐름이 달랐다면, 공인구나 잔디의 상태가 달랐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축구 경기엔 선수들의 노력뿐 아니라 다양한 과학 원리가 곳곳에 있고, 세계 각지에선 축구를 주제로 한 수많은 연구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답니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한번 떠올려 보세요. 공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도 과학은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