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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복지관 가는 날

작성자仁齊 김권섭|작성시간26.06.14|조회수19 목록 댓글 2

어제는 동료들과 함께 한화솔루션(NCC) 직원복지관을 찾았다. 그곳에는 오랜 인연으로 맺어진 L 선생님이 계신다. 내가 근무하는 복지관에 노인 급식 봉사를 오시던 분인데, 본업이 있는 직장인이면서도 야간 근무를 마친 낮이면 어김없이 복지관으로 향하곤 하셨다. 그 숭고한 발걸음은 무려 30년 동안 이어졌다. 그 헌신과 사랑을 기려 올해 복지관 설립기념일에는 30년 공로패가 그분의 품에 안겼다. 게다가 종교기관까지 세워 물심양면으로 이웃과 영혼을 돌보는 일에 삶을 바치고 계시니, 그 깊은 뜻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처럼 베풂이 곧 삶인 분께서 이날 동료 다섯 명을 정성껏 초대해 주셨다. 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마주하는 순간 모두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식당 메뉴 가운데서도 가장 귀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들만 엄선해 차려낸, 근래 보기 드문 풍성한 만찬이었다.

먹음직스러운 안주가 끝없이 이어졌지만, 분위기는 자연스레 금주(禁酒) 쪽으로 기울었다.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어도 이런 자리에서는 반주 한 잔쯤 곁들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대세를 따라 사이다로 잔을 채웠다. 유독 B 선생님만 홀로 술잔을 비우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 마시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어느새 붉어진 얼굴로 짐짓 투정을 늘어놓았다.

“안주가 이렇게 훌륭한데, 왜들 한 잔도 안 하십니까?”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긴 했으나, 끝내 유혹을 이겨내고 청량음료만 들이켰다.

문득 곁에 앉은 L 선생님과 B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분의 풍채는 마치 남산처럼 듬직하고 태산처럼 넉넉했다. 과연 음식도 음료도 거침없이, 그리고 복스럽게 드셨다. 먹는 모습마저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했다.

만찬의 여운을 안고 있던 우리는 B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에 못 이겨 경치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꿀처럼 달콤한 과일차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만큼 양이 푸짐했다. 다른 이들은 단맛에 금세 물려 절반도 비우지 못한 채 잔을 내려놓았지만, L 선생님과 B 선생님은 거대한 과일차에 초콜릿 빵까지 남김없이 해치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아, 저 넉넉한 풍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구나.’

무엇이든 주어지면 맛있게 즐기고 깨끗이 비워내는 두 분을 보며, 나는 속으로 슬며시 ‘반면교사’라는 말을 떠올렸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그날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내는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드시는데 살이 안 찌고 배기겠어요? 먹은 만큼 몸에 남는 게 세상 이치지요.”

L 선생님과 B 선생님을 제외한 우리 셋은 비교적 마른 체형인데, 재미있게도 두 분은 오히려 그런 우리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체격이 넉넉하다고 일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마르다고 일을 덜하는 것도 아니다. 복지관 현장을 돌아보면 오히려 군살 없는 사람들이 더 날렵하고 단단한 기운으로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날 우리는 먹을 것이 넘쳐나 궁핍을 모르는 시대를 살아간다. 부족함보다 풍요가 더 큰 고민이 된 세상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채우는 일이 아니라, 넘쳐나는 유혹 앞에서 적당한 때에 숟가락을 내려놓을 줄 아는 절제의 지혜인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넉넉한 환대를 통해 사람의 온기를 맛보았고, 두 분의 복스러운 식성을 통해 삶의 또 다른 단면을 생각해 보았다. 배려의 풍성함과 절제의 의미를 함께 되새긴, 몸도 마음도 한껏 배부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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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청석 임병식 | 작성시간 26.06.15
    "그날 나는 넉넉한 환대를 통해 사람의 온기를 맛보았고, 두 분의 복스러운 식성을 통해 삶의 또 다른 단면을 생각해 보았다. 배려의 풍성함과 절제의 의미를 함께 되새긴, 몸도 마음도 한껏 배부른 하루였다."
    글을 읽는 저까지도 흐뭇한 마음입니다.
  • 작성자仁齊 김권섭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청석님 고맙습니다. 님의 혜안과 사물 감각의 특출함은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저는 고마운 분의 환대를 통해 삶의 깊이가 무엇인지 잠시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 고 다짐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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