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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2

호미

작성자청석 임병식|작성시간26.06.05|조회수28 목록 댓글 4

호미

 

임병식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고향집에 들렀다.

허청 벽에 호미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손잡이와 날이 함께 닳아 있었다.

손의 시간이 빠져나간 자리였다.

이제 잡을 사람은 없다.
호미는 벽에 남았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늘 그 호미로 텃밭을 일구던 사람.
집에서 몇 걸음 떨어진 땅이었다.

거기서 계절이 지나갔다.

어머니는 허리를 굽혔다.
흙을 뒤집고, 김을 맸다.

그 사이로 전쟁이 지나갔고, 가난이 지나갔고, 자식들은 떠났다.

돌아온 옷에는 쉰내가 배어 있었다.
땀과 흙이 섞인 냄새였다.
소매 끝에는 흰 염기가 앉아 있었다.

호미는 그 시간을 함께 견뎠다.

지금은 벽에 걸려 있다.

굽은 날, 짧은 자루.
그것은 물음표였다.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은 없다.”

호미 위에 겹쳐졌다.

나는 오래 서 있었다.

호미가 묻고 있었다.
너는 무엇을 일구고 있는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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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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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仁齊 김권섭 | 작성시간 26.06.05 어머니의 평생이 녹아든 호미 한 자루가 던지는 삶과 노동에 대한 묵직하고도 준엄한 질문에
    청석님의 놀라운 혜안에 희망입니다. '사유 수필'의 교본입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5 벽에 걸린 호미를 보는 순간 ?표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
    생각나 가볍게 써봤습니다.
  • 작성자人山 이희순 | 작성시간 26.06.05 나는 지금 무엇을 일구며 살고 있는가
    오늘도 나는 호미를 들긴 했는데 딱히 계획이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허청에 홀로 걸려있는 어머니의 호밋자루를 그려봅니다 떠오르는 영상 하나 바로 그리움인가 합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6 고향의 텃밭은 어머니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솔밭이라고 부르던 그 텃밭에 허리를 구브리고 일을 하셨지요.
    그 호미가 허청에 걸려있었습니다.
    닳고 때묻은 호미.
    마치 물음표같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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