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임병식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고향집에 들렀다.
허청 벽에 호미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손잡이와 날이 함께 닳아 있었다.
손의 시간이 빠져나간 자리였다.
이제 잡을 사람은 없다.
호미는 벽에 남았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늘 그 호미로 텃밭을 일구던 사람.
집에서 몇 걸음 떨어진 땅이었다.
거기서 계절이 지나갔다.
어머니는 허리를 굽혔다.
흙을 뒤집고, 김을 맸다.
그 사이로 전쟁이 지나갔고, 가난이 지나갔고, 자식들은 떠났다.
돌아온 옷에는 쉰내가 배어 있었다.
땀과 흙이 섞인 냄새였다.
소매 끝에는 흰 염기가 앉아 있었다.
호미는 그 시간을 함께 견뎠다.
지금은 벽에 걸려 있다.
굽은 날, 짧은 자루.
그것은 물음표였다.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은 없다.”
호미 위에 겹쳐졌다.
나는 오래 서 있었다.
호미가 묻고 있었다.
너는 무엇을 일구고 있는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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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仁齊 김권섭 작성시간 26.06.05 어머니의 평생이 녹아든 호미 한 자루가 던지는 삶과 노동에 대한 묵직하고도 준엄한 질문에
청석님의 놀라운 혜안에 희망입니다. '사유 수필'의 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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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5 벽에 걸린 호미를 보는 순간 ?표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
생각나 가볍게 써봤습니다. -
작성자人山 이희순 작성시간 26.06.05 나는 지금 무엇을 일구며 살고 있는가
오늘도 나는 호미를 들긴 했는데 딱히 계획이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허청에 홀로 걸려있는 어머니의 호밋자루를 그려봅니다 떠오르는 영상 하나 바로 그리움인가 합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고향의 텃밭은 어머니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솔밭이라고 부르던 그 텃밭에 허리를 구브리고 일을 하셨지요.
그 호미가 허청에 걸려있었습니다.
닳고 때묻은 호미.
마치 물음표같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