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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2

이발

작성자청석 임병식|작성시간26.06.11|조회수31 목록 댓글 6

이발

 

임병식

 

 

한 달에 한 번씩 이발을 한다. 동네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깎는다.

걸리는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요금은 만 원이다.

의자에 앉아 앞가리개를 두르고 눈을 감는다. 전기이발기가 머리를 훑고 지나가고, 면도기가 귀밑머리와 뒷목을 몇 번 스친다. 숨을 몇 번 들이마시고 나면 끝이다.

“다 됐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잠시 허탈한 기분이 든다. 머리카락 몇 줌이 바닥에 떨어졌을 뿐인데 만 원이 사라진 탓이다.

물론 돈이 아까워서만은 아니다. 나는 늘 노동의 값이 궁금했다.

예전에 마을 어귀에는 대장간을 하는 김씨가 있었다. 낫을 벼리러 가면 삼십 분은 족히 걸렸다. 쇠를 달구고 두드리고 식히는 일이 쉼 없이 이어졌다. 망치질만 해도 수백 번은 넘었을 것이다.

그렇게 공을 들여도 값은 이삼천 원에 불과했다.

그에 비하면 이발료는 꽤 비싸게 느껴진다. 이발도 기술이지만 낫을 벼리는 기술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도 있다.

대머리 손님이 이발소에서 값을 깎아 달라고 했다.

“머리도 얼마 없는데 똑같이 받습니까?”

그러자 이발사가 웃으며 말했다.

“머리카락이 적을수록 더 어려워요.”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값을 매기는 이유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법이다.

그래도 나는 속으로 계산을 해 본다. 5분과 30분을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더 비싼지 따져 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멈춘다.

나는 왜 노동의 가치를 시간으로만 재고 있었을까.

서툰 사람은 한 시간을 붙들고도 하지 못할 일을 익숙한 사람은 몇 분 만에 끝낸다. 오래 걸린 노동이 반드시 비싼 것도 아니고, 짧게 끝난 일이 반드시 싼 것도 아니다. 때로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한순간의 손놀림 속에 숨어 있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불하는 것은 5분의 작업이 아니다. 그 5분을 가능하게 만든 오랜 숙련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이르자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새롭게 보였다.

문득 그것은 지난 한 달의 시간처럼 보였다.

머리는 자라고 사람은 그만큼 나이를 먹는다. 이발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이지만, 어쩌면 지나간 시간을 눈앞에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바닥에 쌓인 머리카락은 어느새 흘러가 버린 한 달의 흔적이다.

어릴 적에는 이발이 기다려졌다. 머리를 깎고 나면 새 학기가 왔고 명절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머리를 깎을 때마다 한 달이 지나갔음을 먼저 실감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머리를 자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확인하러 오는지도 모른다.

“다 됐어요.”

이발사의 말이 다시 들린다.

거울 속의 나는 조금 달라져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머리 모양만이 아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도 함께 잘려 나갔다.

나는 만 원을 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쩌면 내가 지불한 것은 이발사의 기술만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자라난 시간의 흔적을 확인하는 값인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전까지 비싸게만 느껴지던 이발료가 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음 달에도 나는 다시 이 의자에 앉을 것이다.

또 한 달의 시간이 머리카락이 되어 자라 있을 테니까.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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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이발를 할때마다 "너무 비싼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그것도 기능이고 기술이라면 갚을 치르는 건 당연하지
    않나 생각하기고 했습니다.
  • 작성자人山 이희순 | 작성시간 26.06.11 머리카락 자라는 것이 참 귀찮은 시절도 있었지요 세월이 쌓이고 보니 이젠 손톱이 자라고 수염이 자라는 것도 고맙게 여겨지네요 이발을 하고 손발톱을 깎고 날마다 면도를 하는 일상이 점점 소중한 추수이지 싶습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이회장님의 인생이 달관의 경지에 들어서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한한 인생에서 그런 일상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근간에 들어서
    많이 하게 됩니다.
  • 작성자仁齊 김권섭 | 작성시간 26.06.12 5분의 이발 뒤에 숨은 수십 년의 숙련된 노동과,
    머리카락만큼 소리 없이 쌓여가는 한 달의 세월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벼려낸 秀作입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아무리 숙련된 기술자의 노고값이라고는 하나, 단5분 수고에 일만원을
    받은 것은 좀 너무한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발을 할때마다 썩 마음은 유쾌하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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