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수필2

복권가게

작성자청석 임병식|작성시간26.06.18|조회수23 목록 댓글 2

복권가게

 

임병식

 

외출할 때마다 마주치는 복권가게가 있다. 다른 길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직선으로 난 통로를 이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앞을 지나게 된다. 마트 안에 자리한 이 가게는 처음 건물을 지을 때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스치도록 설계된 길목에 있다. 맞은편에는 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 오가는 사람도 많다.

복권가게 앞을 지날 때면 몇몇 사람이 서서 번호를 고르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사인펜으로 칸을 메우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가지만 그 손끝에는 저마다의 기대가 담겨 있을 것이다.

마트 출입문 옆에는 오래된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다. 이곳에서 1등 당첨자가 나왔다는 안내문이다. 햇빛과 비바람에 바랜 탓에 글씨마저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철거되지 않았다. 그 빛바램은 오히려 1등 당첨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를 말해 주는 듯하다.

어느 날은 그들을 한동안 바라본 적이 있다. 어떤 마음으로 번호를 고르고 있을까.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사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행운을 기대하는 것일까. 복권을 사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표정에서는 기대와 긴장이 함께 읽혔다.

생각해 보면 복권의 매력은 결과보다 기다림에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복권을 사서 지갑에 넣어 두고 추첨일을 기다렸다. 당첨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여러 번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그 기다림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우편함이 떠오른다. 전화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편지 한 통에도 마음이 실렸다. 답장을 기다리며 우편함을 열어 보던 설렘은 지금의 문자메시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다. 기다림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이었다.

복권의 모습은 앞으로 달라질지 모른다. 종이 대신 화면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복권의 당첨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복권을 산다. 누군가는 그것을 사행심이라 말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사람은 희망 없이 살아가기 어렵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미래를 향해 작은 기대를 품는 일은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복권가게 앞에 선 사람들은 숫자를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숫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며칠 동안 품고 있을 희망 한 장, 그 작은 기대가 오늘을 견디게 하고 내일을 향해 걸어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6)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仁齊 김권섭 | 작성시간 07:12 new 복권이라는 세속적일 수 있는 소재를 '우편함'이라는 과거의 서정과 연결 지어
    기다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이었다는 통찰로 이끌어낸 점이 인상 깊은 따뜻한 秀作입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시간 42분 전 new 북권을 긁는 행위는 요행수를 바라고 하는 행동이 분명하지만, 선의적으로 해석하면
    무료한 일상을 보내며 기다림의 묘미를 즐기고자 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