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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핵맹'이 아니십니까?

작성자이천환경운동연합|작성시간14.08.13|조회수63 목록 댓글 0

활동소식

혹시, 당신도 ‘핵맹’이 아니십니까?

그린디자이너 김성현(34)씨의 작품 '핵맹'

그린디자이너 김성현(34)씨의 작품 ‘핵맹’

색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색맹’이라 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배우지 못해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문맹’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단어로는 컴맹과 폰맹, 그리고 스마트폰맹 등 첨단과학이 빚어낸 신조어가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핵맹(核盲)’은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일까? 그린디자이너 김성현(34)씨는 핵맹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 모르는 사람을 뜻하는 ‘낱말’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책방이음&갤러리에서 8명의 그린디자이너들이 참여한 환경전시회 ‘핵맹전’이 열린다. 지난 5일 저녁 무렵 전시회장을 찾았다. 같은 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7월 4일부터 정기검사에 들어간 월성원전 2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일본 원전사고 경험한 작가의 고백 “방사능비에 온 도시가…”

 

방사능 비가 쏟아지는 날, 저 우산을 쓴다면…ⓒ허웅비

 

동물들의 엉덩이 부분에 그려진 마크를 보자ⓒ 이지영

동물들의 엉덩이 부분에 그려진 마크를 보자ⓒ이지영


식판 위에 갖가지 농수산물이 담겨 있다. 포크와 수저를 쥔 고사리손이 영상에 등장하더니 차례로 음식을 섭취한다. 식판 위 음식이 깨끗하게 비워지자 마침내 식판의 생김새가 모습을 드러낸다. 방사능 마크다. 이 전시의 이름은 ‘Nuclear Plate(핵 식판)’이다. 작가는 원전사고 발생 후 방사능에 오염된 농·수산물이 우리 식탁을 위협하게 되는 상황을 작품에 담아냈다.

작품해설에 도움을 준 허웅비(31) 작가는 “이 작품은 음식을 쉽게 낭비하는 우리 식문화를 비판한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능에 노출된 음식을 섭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씨는 ‘핵우산’이란 작품을 이번 전시회에 내놓았다. 평범한 우산에 방사능 마크 구멍이 뚫린 전시물이다. 비 오는 날 이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면 뚫린 구멍을 통해 그대로 빗물에 몸이 젖게 될 것이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후쿠시마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도쿄에 살고 있었지만 비가 온 다음날은 수돗물을 사용해도 될지 걱정이 앞섰다. 식수와 밥하는 물은 생수를 사서 사용했다”며 “원전 사고를 경험하고 나서야 노출된 방사능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만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 역시 사람과 같이 피해를 입는다. 이지영씨의 ‘후쿠시마의 동물 블록’은 이를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죽음의 땅 일본 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이란 책을 읽고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게 됐다. 목재 조각품 속 동물들의 엉덩이 부분에 그려진 방사능마크가 이색적이다.

만화 아톰은 일본 정부의 ‘원전 미화’로부터 탄생

아톰은 일본정부의 원전 미화로 탄생한 만화다 윤호섭

아톰은 일본정부의 원전 미화로 탄생한 만화다 윤호섭

 

원전을 마약에 비유한 작품ⓒ 성열훈

대형원전 사고가 발생한 나라별 지도자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전시됐다. 연대순에 따라 사고 당시 재직 중인 지미 카터(미국, 1979년 스리마일 섬), 미하일 고르바초프(러시아, 1986년 체르노빌), 아베 신조 총리(일본, 2011년 후쿠시마) 등의 인물사진이 사각액자에 담겨 있다. 일본의 경우 예외적으로 당시 재직 중인 ‘칸 나오토’ 총리가 아닌 차기 지도자가 작품에 등장한 이유는 칸 총리가 현재 탈핵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 등이 반영됐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각 대통령의 눈과 이마 위 반점에 방사능마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네 번째 액자는 비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성진 작가는 “언젠가 일어날 수 있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원전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마지막 액자에 담았고 영원히 빈 액자로 남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교수는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아톰’의 숨은 의미를 구현했다. 두 개의 아톰 모형이 마주보고 있는 이 작품은 한쪽엔 ‘Atom for Peace!(평화를 위한 아톰!)’란 말풍선이, 다른 한쪽엔 ‘No more nuclear plants!(더이상 핵 발전소는 안돼!)’란 문장이 쓰여 있다. 핵(atom)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해 일본 정부가 아톰을 활용했다는 점을 작품에서 꼬집고 있다.

윤 교수의 작품은 이외에도 인물시리즈와 비슷한 작품이 전시됐다. 구멍 난 티셔츠에 원전사고가 발생한 나라를 상징하는 모형이 든 이 작품은 다음 번 원전사고 발생지로 한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품인 ‘핵맹’은 요일별로 일곱 가지 모습을 담았다. 색맹검사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 작품은 색을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원 안에 그려진 방사능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김성현(34) 작가는 이전 ‘생태맹’이란 작품에서도 멸종위기 동물과 희귀동물을 색맹검사표 안에 담았다.

김 작가는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환경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특히 원전 문제는 후쿠시마 사고를 본 뒤에야 관심을 갖게 된 분야다”며 “원전사고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뿐만 아니라 문화와 삶을 한 순간에 송두리째 뺏을 수 있고, 후대까지 대물림된다, 핵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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