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여름 시 모음

작성자류이페이|작성시간17.05.28|조회수253 목록 댓글 1

여름 


세월이란 그림 그리시려고 

파란색 탄 물감솥 펄펄 끓이다 

산과 들에 몽땅 엎으셨나봐 

(손석철·시인, 1953-)


어느 여름 


애벌레들이 녹음을 와삭와삭 베어먹는 

나무 밑에 비 맞듯 서다. 

옷 젖도록 서다. 

이대로 서서 뼈가 보이도록 투명해지고 싶다. 

(신현정·시인, 1948-)


여름 숲 

  

언제나 축축이 젖은 

여름 숲은 

싱싱한 자궁이다 


오늘도 그 숲에 

새 한 마리 놀다 간다 


오르가슴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마다 

뚝뚝 떨어지는 

푸른 물! 

(권옥희·시인, 1957-)




비 개인 여름 아침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김종삼·시인, 1921-1984)


여름방 


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앉아

바람을 방에 안아들고

녹음을 불러들이고

머리 위에 한 조각 구름 떠있는

저 佛岩山마저 맞아들인다.

(김달진·시인, 1907-1989)


여름날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신경림·시인, 1936-)


초여름, 네 벗은 

  

초여름, 네 벗은 가는 팔을 보고 싶어라 

초여름, 네 벗은 종아리를 보고 싶어라 

긴 겨울 옷 속에 감추었던 팔과 종아리 

신록 푸른 바람 속에서 보고 싶어라.

(나태주·시인, 1945-)


여름방학 

  

여름방학 때 문득 찾아간 시골 초등학교 

햇볕 따가운 운동장에 사람 그림자 없고 

일직하는 여선생님의 풍금 소리 

미루나무 이파리 되어 찰찰찰 하늘 오른다.

(나태주·시인, 1945-)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스나 | 작성시간 22.12.17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