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하는 의례적인 인사가 끝난 뒤 자리에 앉자마자 교장선생님은 “저도 응원하느라 5일 동안 서귀포에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전국대회 우승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감독님과 학부모 선수들이 힘을 합하여 큰일을 낸 것이죠”하고 제자들과 감독 선생님 자랑부터 늘어놓으신다.
이에 화답하듯 정감독은 “우승이 저희들만 힘써서 된 것은 아닙니다. 온 구리시민의 성원과 보이지 않게 뒤에서 후원해주시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온 부양식구들의 화합과 단결로 된 것일 뿐입니다.”하고 겸손하게 말한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잔디구장
“결승전은 어느 학교와 치렀지요?”하고 물으니 상대팀 역시 경기도 안사에 있는 화랑초등학교로 몇 년째 전국의 강자로 군림하던 학교란다. “전, 후반 통틀어 2대0으로 이기고 있다가 후반 인저리 타임 때 한 골을 먹었습니다”하고 정 감독은 당시의 상황을 중계방송 하듯 열띤 표정으로 말한다.
“축구팀을 운영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니 교장선생님과 정감독은 물론 하 교감선생님까지 이구동성으로 “잔디구장요”하고 약속이나 한 듯이 대답한다.
“축구부 예산은 시에서 일 년에 2천만원을 지원 받고 학부모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서 어려운 가운데 무난하게 운영하지만 잔디구장 만큼 절실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정 감독은 “제자들이 맨땅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볼 때가 제일 안쓰럽다”며 정식구장이 아닌 잔디 연습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실 맨땅에서 연습하다가 막상 잔디구장에서 시합을 하면 볼 컨트롤은 물론 감이 잘 잡히지 않거든요, 발목에 무리가 가기도 하고....”하면서 정 감독은 잔디구장에 대한 바람을 계속 이야기 한다.
“오후에 있을 카퍼레이드에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하고 잔뜩 흐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듯 한 하늘을 창문너머로 연신 바라보시는 교장선생님을 뒤에 두고 정 감독과 기자는 합숙소로 올라와 커피 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잦은 미팅이 우승 비결
“감독님의 우승비결은 뭡니까?” 하고 단도직입으로 물으니 정 감독은 “비결이랄 것 은 없지만 저는 어린선수들과 끊임없이 미팅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자주이야기 하다보면 서로의 생각이 교감되기 마련이고 그런 가운데 신뢰가 싹트게 된다고 믿습니다” 그런 가운데 “자신들이 왜 힘들게 운동을 해야 하는가?”하는 동기부여도 자연스럽게 된다고 하니 정 감독은 타고난 덕장이 아닐 수 없다.
대화 도중 잠간 들른 학부모 한분은 “감독님은 덕장(德將)이기도 하지만 훈련 때는 용서 없는 용장(勇將), 시합 때는 상대의 작전을 훤히 꿰뚫는 지장(智將)이기도 하다”고 덕담을 건넨다.
합숙소에서 만난 이번 대회 MVP 최일석(6학년) 선수는 “열심히 운동해서 국가대표가 되어 감독님께 보답하겠다”는 제법 어른스럽게 이야기 한다.
사실 정 감독이 지킨 약속은 우승뿐만이 아니다. 작년에 졸업한 제자 중에서 이미 2명의 유소년 대표(안동한,송용민)을 배출 한 바 있어 국가대표의 꿈이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우리 제자들이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 구리중, 구리고를 거쳐서 구리시가 축구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소감을 밝힌 정 감독은 카퍼레이드 준비를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우승은 하면 할수록 배고픈 것”이라고 다음 대회를 염두에 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