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향한 애끓는 심정
고베 성자의 절규
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 인물과 그의 외침이 있다. ‘고베 빈민굴의 성자’라 불리는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 하천풍언) 선생과 그의 절규 섞인 한마디다. “나의 비둘기를 돌려다오!”
약 100년 전, 일본 고베의 신카와 빈민굴은 절망의 늪이었다. 가가와 선생은 그곳에서 가난한 이들과 부대끼며 특히 갈 곳 없는 고아와 버려진 아이들을 직접 돌보았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성경과 글을 가르치며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올곧게 성장하기를 눈물로 기도했다. 그러나 당시의 현실은 지독하리만큼 가혹했다. 아이들이 조금만 자라 사리 분별을 할 때쯤이면, 빈민굴 주변을 배회하던 포주나 악한 무리가 아이들을 유혹해 팔아넘기거나 유린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키운 아이들이 하룻밤 사이에 죄악의 구렁텅이로 끌려가는 것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때 터져 나온 고통스러운 외침이 바로 “나의 비둘기를 돌려다오!”였다. 순결한 비둘기 같던 아이들을 다시 찾아오고 싶어 했던 한 사역자의 처절한 절규였다.
100년 전의 빈민굴과 오늘날의 ‘영적 빈민굴’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현대 사회에서 빈민굴과 사창가는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때보다 절대 나아지지 않았다. 모양만 바뀌었을 뿐,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가혹한 현실에 노출되어 있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상대적 빈곤’이라는 심리적 절벽 위에 서 있다. 음란한 문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교묘해졌고, 각종 범죄 현장은 이제 아이들의 손안에 들린 스마트폰 속으로 침투해 있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클릭 한 번으로 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디지털 빈민굴’에 살고 있는 셈이다.
교회에는 참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다. 학교에서 모범생이라 불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실상은 사회나 학교에서 외면당해 갈 곳 없는 ‘문제아’라 불리는 아이들이 더 많다. 교회는 문턱이 낮기에 그들을 조건 없이 받아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교회의 본질이자 큰 소명이라고 믿는다. 이 아이들이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다면, 세상을 뒤바꿀 이 나라의 꿈나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사역의 현장은 여전히 “내 비둘기를 돌려다오!”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의지할 곳이 없을 때는 교회 안에 머무는 듯하다가도, 조금만 세상의 재미를 알게 되고 정욕을 즐길 환경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곳을 향해 날아가 버린다. 많은 전도자와 사역자가 공감할 이 뼈아픈 현실 앞에서 우리는 매번 무너진다.
교회를 떠나는 아이들
요즘 나는 고민에 빠졌다. ‘왜 아이들은 몇 년씩 열심을 내다가도 어느 순간 교회를 떠나는 것일까?’ 환경이 바뀌면 신앙도 쉽게 흔들리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나는 아이들이 사역자 개인이 아닌 교회 공동체와 친밀해지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던 중, 최근 한 아이로부터 충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우리 중학교 올라가도 교회에 계속 올 수 있나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어린이교회’라는 이름으로 사역해 온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린이 때만 다니고 졸업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대답했다. “물론이지! 너희는 이대로 청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어서 이 교회를 지켜야 해. 너희가 바로 이 교회의 주인이야!”
말은 멋지게 내뱉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밀려왔다. 교회 아이 중 상당수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오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발걸음 한다. 심지어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오는 아이들도 많다. 과거에 교회를 다녔던 부모님들은 아이가 교회 가는 것을 허락하면서도 “대신 나한테 교회 가자고는 하지 마라”는 단서를 단다. 이런 척박한 영적토양에서 4년을 버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지 깊은 생각에 잠겨 든다.
다음 세대 사역을 설계하다
고민이 깊어지던 때에 하나님께서는 길을 열어주셨다. 7년 만에 다시 시작되는 청소년수련회 소식이다. 이미 어린이 사경회를 섬기고 있어 처음엔 후원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인원이 부족해 진행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고,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수련회를 섬기게 되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은혜를 부어주셨다.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으로 이어지는 ‘다음 세대’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보게 하셨다. 돌이켜보니 하나님께서는 거저 하시는 일이 없으셨다. 지난 세월 동안 교회사역을 통해 어린이부터 청년까지 골고루 경험하게 하신 것은, 바로 지금 이때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교회는 단순히 ‘어린이교회’에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 전체를 품는 ‘다음세대 교회’로 다시 설계하려고 한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하며, 그분을 향한 내 마음의 그릇을 더 넓히려 한다. 비둘기처럼 순결한 아이들이 세상의 거친 풍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교회라는 견고한 둥지를 더 크고 깨끗하게 준비하고자 한다. 맡겨주신 다음 세대를 끝까지 잘 섬기는 복된 사역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비둘기를 되찾아오는 심정으로, 한 영혼도 놓치지 않고 주님께 인도하는 길에 나의 남은 삶을 기꺼이 드리고 싶다. 할렐루야!
김지희 목사
다음세대선교에 대한 더 많은 기사는 그리스도복음신보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