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유머웃음방

[스크랩] 소변기 위에 핀 웃음과 다짐

작성자관광농업19기 ( 카페지기 최성덕 )|작성시간26.06.15|조회수5 목록 댓글 0


나는 언제부턴가,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취미 하나를 갖게 되었다.
소변기 위에 붙은 표어를 모으는 일.
참 별나다 싶지만, 그 짧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주름을 슬며시 펴준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거창한 위로보다, 이렇게 엉뚱한 데서 더 쉽게 풀린다.

서수원의 어느 신축 빌딩 화장실에서였다.
급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무심코 시선을 들었는데, 소변기 위의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당신이 소지하신 총이 장총(長銃)이면 그 자리에서,

권총이면 한 발짝 다가서서 쏘세요.”

순간, 품격 있는 웃음이 터졌다.
참으로 점잖은 농담이다.
말은 장난인데, 메시지는 또렷하다.
괜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다가서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못내 우습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모르게, 이런 문장들을 주머니에 하나씩 담기 시작했다.
나를 웃게 하는 작은 장치들, 비밀스럽게 챙기는 셈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강산이 몇 번은 바뀌었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을 바꿨다.
채도 바꿔보고, 자세도 바꿔보고, 심지어 마음까지 비워보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가장 잘 비워진 것은 스코어였다.
여전히 100을 넘나드는 ‘백돌이’ 신세.
스트레스 받는 날이, 가끔이 아니라 자주다.

그날도 그랬다.
여주의 어느 골프장에서 친구들과 라운드를 돌았는데, 결과는 마음처럼 가지 않고,

스코어카드만 구겨졌다.
몸도 마음도 찌그러진 채로 18홀을 마쳤다.
그리고 들른 화장실.
이제는 습관처럼,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OB 날 확률이 높으니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샷하세요.”

그 순간, 결국 웃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OB들이, 한 줄 농담으로 변해버렸다.
참 묘한 일이다.
그렇게 심각하던 일이, 한 발짝 거리에서 보면 웃음이 된다니.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혹시, 너무 멀리 서서 힘만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가서면 될 일을, 괜히 긴장하고 폼만 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소변기 위의 짧은 문장들은 참 신기하다.
볼일을 보는 몇 초 사이에,
사람을 웃게 하고, 마음을 가볍게 하고, 때로는 조용히 등을 두드려준다.
대단한 교훈은 없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나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또 하나의 문장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소리 없이 웃겠지.

인생이라는 라운드에서도 너무 멀리 서서 애쓰지 말고.
그저 한 발짝, 가볍게 다가서 보라고.
그래, 오늘도 너무 힘주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

 

 

- 받은 글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융제의 세상 노트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