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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이야기

공업용 우지와 식품 우지

작성자healthing|작성시간10.08.04|조회수618 목록 댓글 0

공업용 우지, 그 무지와 오해

1989년 검찰에 익명의 제보가 전달된다. 그것은 공업용으로 수입된 우지가 라면과 과자 등 식품 가공에 쓰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S사 O사 등이 그 주축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수사에 착수하고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뿌려가며 이 사건을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이끌어 냈다. 당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본래 미국의 식품법은 소에게서 직접적으로 배출된 기름만 식용(edible)으로 분류한다. 소에게서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부산물은 edible을 붙이지 않는다. 식용이 붙지 않는 것은 곧 공업용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분산물이란 무엇인가? 말하자면 소의 뼈, 소의 살코기를 가공하고 남은 지방 덩어리,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먹지 않고 버려지는 고기 부위들도 전부 부산물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기준에서 보면 엄연한 '식용(edible)'이다. 당시 식품회사들은 이런 소의 부산물을 수입해 재가공을 거쳐 식용 우지를 만들었고 이 우지를 라면을 튀기거나 과자를 튀기고 마아가린을 응고시키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했다. 당시 이 소 부산물을 재가공해 만들어낸 우지는 국내 식품위생법상 합법적인 것으로 삼양과 삼립, 오뚜기 등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정상적인 신고절차를 거쳐 소위 말하는 '공업용 우지'를 식품 가공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는 거다. 그러나 갑자기 검찰은 공업용 우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언론에서는 연일 공업용 우지에 대한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TV에서는 비누를 끓여서 라면을 튀긴다는 식의 무지몽매한 논리까지 펼쳤다. 그야말로 무지와 선동에 의해 우량기업 하나를 죽여버린 셈이다.
이 공업용 우지 사건은 긴 재판을 거듭해 삼양식품의 사장이 입건되고 수천억대의 벌칙금이 부과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1997년에 와서야 공업용 우지에 대한 무혐의가 입증되었다. 8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다. 이미 삼양은 법정관리를 한 번 겪으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국내 최고의 라면기업에서 보잘것 없는 식품회사로 전락한 뒤였다. 이 공업용 우지 사건으로 덕을 본 건 유일하게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사용해 라면을 튀기던 농심 뿐으로 현재의 라면 시장은 농심이 60%가 넘는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사실상의 농심 독점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공업용 우지에 대한 몇 가지 잘못 알려진 점들을 짚고 넘어가자.


공업용 우지는 정말로 공업용인가?

앞서 말했듯 미국의 식품법에서 말하는 공업용은 우리나라의 공업용과는 다르다. 공업용이라는 것은 사료나 재가공용 원료로 사용되는 것들도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단지 미국인 기준에서 식용(edible)이 아닐 뿐이다. 더군다나 이것을 들여와 재처리 과정을 식용으로 사용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었다.


공업용 우지는 팜유보다 싸다?

이 부분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공업용 우지는 결코 팜유보다 싸지 않다. 현재까지도 식품을 튀기는데 사용하는 기름 중 가장 싼 재료는 식물성 팜유다. 실제로 공업용 우지는 다른 대체 재료보다 비쌌고 재처리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단가는 더욱 올라갔다. 삼양 등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라면을 튀긴 건 불포화지방산의 산화가 동물성 기름 쪽이 더디어 라면을 더 장기간 보관할 수 있었고 공업용 우지로 튀기는 쪽이 훨씬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싼 쪽이 필요했다면 굳이 미국에서 우지를 수입해 재처리 하는 번거러운 작업을 할 것 없이 팜유로 튀겼으면 그만인 일이다.

# 수정 : 농심이 처음 팜유를 도입할 당시에는 팜유의 가격이 라드나 우지보다 비쌌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추가합니다.


공업용 우지는 발암물질이다?

기름을 튀기게 되면 생기는 불포화지방산은 빛과 열을 받으면 과산화지질로 변화하는데 이 과산화지질은 인체를 산화시켜 세포막을 붕괴시키거나 DNA를 파괴하기도 하는 유해한 성분이다. 이런 불포화지방산은 우지나 팜유, 콩기름 할 것 없이 기름을 튀길 때 무조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팜유는 콩기름이나 우지에 비해서 불포화지방산의 산화가 빠르기 때문에 우지로 튀긴 라면에 비해서 유통기한이 짧을수밖에 없고 햇빛에 더 쉽게 변화하는 성질을 갖는다. 과산화지질은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막기 위해 팜유는 튀길 때 산화방지제를 첨가한다. 하지만 이 산화방지제도 발암성을 갖고 있다. 우지건 팜유건 위험성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래도 공업용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아무리 기업가가 돈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만들어 팔지는 않는다. 적어도 어느 정도 사회적인 위치에 오른 기업이라면 말이다. 만약 자신이 만든 제품을 먹고 큰 사고가 생겼을 때 일어날 파장은 원자재 값 몇 푼 아껴서 얻는 푼돈보다 훨씬 큰 것이다. 엄밀히 말해 그 '공업용 우지'라는 말은 우리나라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다. 당시의 수입 우지는 단지 edible이 아니었을 뿐이며 비누의 원료로 쓰이는 진짜 공업용 우지와는 다른 것이었다. 참고로 팜유 역시 비누의 원료로 사용된다.


공업용 우지 파동은 1990년대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던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삼양식품는 당시 우지 파동으로 수백만 개의 라면을 반품받았고 정말로 삼양라면이 단 한 개도 팔리지 않는 일까지 겪었다고 한다. 당시 법정에서 삼양식품에 추징하려고 한 벌금은 무려 3700억원에 달했다. 이 정도면 기업을 통채로 넘기라는 소리나 다름 없었으니 삼양식품은 우지 파동을 조용히 흘려 보낼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이 이루어져 허무하게 망하지는 않았을텐데 당시는 그저 언론에서 말하면 무조건 믿어야 하는 시기였기에 튼튼한 우량기업 삼양식품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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