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듯이 부슬비가 촉촉이 내려서 자그마한 물구덩이도 생긴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맨발로 내딛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가 바로 엊그제였는데 참 시
원하다는 탄성과 함께 작은 알갱이 돌들의 깔깔한 감촉을 느끼며 매일하는 조깅을 시작
하지요.
이곳도 몇 년 전에 운동장 바닥을 우레탄으로 깔았다가 환경 호르몬 비난에 휩싸였는지
금년 봄에 걷어내고 토사를 부어 자연 그대로의 땅을 회복한 듯싶습니다. 어찌 보면 콘
크리트 아파트와 보도블럭이 거의 흙길을 잠식해 버려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운동장이
라도 흙이 있어야 되겠건만 오히려 문명의 이기를 더 먼저 타는지 눈을 씻고 보려고 해
도 없습니다.
얼마 전 어린 손주들을 데리고 학교 놀이터 모래사장에 신발을 벗기고 들어가서 놀라고
했더니 그 고운 발바닥에 낯선 감을 느꼈는지 옴싹달싹 못하고 서있더라고요. 요즘 부모
야 내 새끼가 행여나 다칠까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키우기 때문에 아마 흙 만질 기회
도 없었을 겁니다.
그만큼 예전에 골목길에서 놀다 나온 손을 씻었는지도 모르게 밥도 먹고 했던 어린 시
절보다 면역력은 약해 졌을 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 정보에는 한 발 일찍 눈을 뜨게 되는 세대이겠지요.
사람은 원래 부드럽고 울퉁불퉁한 땅을 밝으며 생활했었는데 점차 인공적으로 만든 평
평한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원래대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있어선지 산에서 네발도 걷는
소위 호(虎)법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맨발로 등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맨발로 달리다보면 거리가 청결해서 그런지 간혹 호치키스 알이 박히는 일이 있
지만 별로 신경 쓸 게 없고, 그러다 보니 제법 굳은살이 박여서 장난스럽게 곰발바닥이
라고 내 보여줄 때도 있지요. 걷는 것도 달리는 것도 서로 장⋅단점을 선택하여 하겠지만
맨발이라면 흙길은 아니더라도 요즘 조성되는 황토 길이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
니다.
그래도 이 여름을 이열치열로 조깅하면서 절절이 이겨낸 것 같지만 갈수록 여름 나기가
힘들어지는 노화되는 나이라도 사시사철은 언제나 어김없이 오고 가는 것, “酒여! 지난
여름은 너무나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어제 찬비와 함께 하루 밤 사이에 가을을 내리셨습
니다.” 라고 마음껏 외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