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重서 독립해 한화오션 LNG선까지 뚫었다… 외산 벽 넘는 에스엔시스
'선박 뇌' 운항제어시스템·'선박 심장' 배전반 생산
한화오션 LNG선 고압 배전반 첫 수주
유럽산 주도 시장서 가격·AS망으로 승부
최지희 기자
입력 2026.06.19. 06:00
업데이트 2026.06.19. 09:37
부산 강서구에 있는 에스엔시스 공장에서 한 직원이 선박용 배전반을 조립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부산 강서구에 있는 에스엔시스 공장에서 한 직원이 선박용 배전반을 조립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에 있는 조선 기자재 업체 에스엔시스 공장. 3층 검사실에선 삼성중공업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해 선박 14척에 각각 탑재될 '두뇌'가 출하 전 테스트를 거치고 있었다.
사람 키만 한 철제 캐비닛 100여개 안에는 산업용 컴퓨터와 제어 카드, 통신 모듈 등이 층층이 꽂혀 있었다. 이 캐비닛 여러 대가 한 세트로 묶여 선박 곳곳에 설치되면 운항제어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선원들은 모니터 하나로 엔진과 LNG 화물창, 가스공급장치 등 주요 설비를 한눈에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다.
폭발 위험이 큰 극저온 LNG와 가스 설비를 함께 다루는 만큼 통합 제어 기술은 운항 안전과 직결된다. 선주들이 직접 이곳을 찾아 제어 명령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도화된 운항제어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전 세계 선주들에게 납품하고 있는 곳은 국내에서 에스엔시스가 유일하다. 선박별 맞춤형 알고리즘 설계가 필수적인 운항제어시스템은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한 층 아래에선 선박의 '전력 심장'인 배전반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배전반은 선박에 공급된 전기를 엔진룸, 화물창 등 선박 곳곳에 나눠 보내는 장비로, 에스엔시스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이날 현장에는 카타르 프로젝트용 LNG선에 들어갈 배전기기 40여대가 길게 늘어서 고압 테스트를 거치고 있었다. LNG선은 일반 상선보다 전력 사용량이 많고 안전 기준도 높아 배전반의 신뢰성이 특히 중요하다. 에스엔시스는 이달 한화오션이 건조하는 LNG선 7척에 들어갈 배전반을 수주했다. 한화오션 LNG선용 고압 배전반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에스엔시스 공장에서 정명권 생산운영센터 부장이 선박 운항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부산 강서구에 있는 에스엔시스 공장에서 정명권 생산운영센터 부장이 선박 운항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삼성' 꼬리표 지우고 홀로서기… 가격 경쟁력·AS로 독점 깼다
에스엔시스는 삼성중공업에서 2017년 9월 분사해 출범했다. 당시 조선업 불황으로 조 단위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선박용 배전반과 제어장비를 만들던 전기전자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분리는 독립 회사로 분사시켜 내부 인력을 줄이면서도 핵심 기자재 공급망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업부 인력 135명 중 90여명이 새 회사에 합류했고, 에스엔시스는 삼성중공업 지분 19%와 임직원 출자를 포함해 자본금 40억원으로 출발했다.
홀로서기 10주년을 앞둔 에스엔시스는 '삼성' 꼬리표를 지워내며 견고한 시장 장벽을 허물고 있다. 선박 기자재는 조선소와 선주가 검증된 업체를 선호해 벤더를 쉽게 바꾸지 않는 시장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LNG선 기자재일수록 진입 문턱은 더 높다.
애초 삼성중공업에서 분사한 회사라는 인식은 다른 대형 조선소로부터 수주를 따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수년간 꾸준히 신뢰를 쌓으며 한화오션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에 먼저 장비를 납품해 기술력을 증명했다. 그 결과 가장 까다로운 LNG선 기자재 수주까지 따낸 것이다.
수십 년간 전 세계 고성능 선박 제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노르웨이 선박 기자재 업체 콩스버그와의 맞대결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견고한 독점 장벽을 뚫어낸 차별화 무기는 가격 경쟁력과 사후관리(AS)망이다.
에스엔시스는 콩스버그 제어 시스템보다 20~30% 저렴한 단가로 원가 절감이 절실했던 조선소의 수요를 파고들었다. 기존에 쓰던 익숙한 외산 제품을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선주사들은 기술 안정성과 즉각적인 AS 대응력으로 설득했다.
김웅수 에스엔시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배가 멈춰도 위성 통신을 활용한 원격 유지보수 시스템을 통해 고장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다"며 "수리 시간과 운영비용이 줄어드니 선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에스엔시스는 전 세계 100여곳에 선박 AS 에이전트를 두고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 등 주요 해운 거점에는 직영 센터와 법인을 둬 직접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에스엔시스 공장에 선박용 고전압 변압기가 늘어서 있다./최지희 기자
부산 강서구에 있는 에스엔시스 공장에 선박용 고전압 변압기가 늘어서 있다./최지희 기자
◇수주잔고 2640억… 중국 시장·육상 배전반 진출로 사이클 넘는다
국내외 수주 장벽을 차례로 허물며 수주잔고는 2640억원으로 늘었다. 2017년 분사 첫해 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77억원으로 증가했고,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발주처도 다변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절반을 넘던 삼성중공업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40%대로 낮아졌다. 에스엔시스가 제어 장비와 배전반 등을 공급한 선박은 누적 6500여척에 이른다.
다음 성장 축은 중국 조선 시장과 MRO(유지·수리·보수) 사업이다. 조선업 수주 사이클에 휘청이지 않고, 신조 호황 이후에도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국의 10배 규모인 중국 신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에스엔시스는 오는 11월 중국 장쑤성 난통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LNG·메탄올 이중 연료 추진선이 늘어나는 중국 조선소의 제어 장비와 배전반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MRO는 이미 공급한 선박에서 나오는 반복 매출원이다. 선박에 들어간 배전반과 제어 장비는 선박 수명인 20~30년 동안 점검과 교체가 필요하다. 누적 공급 선박이 늘수록 유상 사후 관리 매출도 함께 커지게 되는 것이다. 에스엔시스의 유상 AS 매출은 최근 연간 300억원대 중반까지 늘었다.
육상 전력망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선박용 배전반은 진동, 습기, 고온, 방폭 등 까다로운 조건을 견뎌야 한다. 이런 환경을 견디도록 설계된 기술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팹에 배전반 공급을 시작했다. 에스엔시스는 선박과 육상 전력망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2030년 매출 5000억원, 순이익 6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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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루
2026.06.19 09:10:42
기사 말미에 짧게 언급한 MRO부문, 이건 목돈 되는 건 아니지만 내실 있는 복덩이라 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는 안정화 수단이라고 봐도 좋겠다. 메인터넌스 기술 인력과 요소의 부품은 선박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한 반드시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사내에 작은댁(?)을 하나 두어도 충분한 경우도 있다. 이것은 선박 기자재 업체의 알짜영업이면서 특권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본선에서 요구되는 정비용 부품의 수요 관리면에서는, 기존 조직과 체계적 데이터 관리를 활용한다면 소수인원으로서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정비/점검에 대해서는 세계 도처에 펼쳐둔 기존 거점을 활용한다면 신속 그리고 부가가치 높은 써비스 태세가 구축되는 잇점이 있다고 본다. 실적 통계에 따라, 빈번하게 수요가 발생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일정량 재고를 갖추고 대응하는 방법도 있으며, 보장성 아프터 써비스를 포함, ‘아프터 세일‘의 대응이 가능한 에이전트 체계를 견고히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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