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렇듯이 잠을 놓졌다. 뒤척이다가 일어나 방을 나왔다. 자리에 누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책 스땅달의 적과흑을 책방으로 가서 불을 켜고 책장에서 꺼내 들었다. 다시 고찰하고 싶어졌다.
시람들은 신간(新刊)을 좋아한다. 무엇이나 새것이 좋다. 여러모로 그것은 매력이 있다. 새것이니까 신선해서 좋고 앞서가는 것같아서 좋다. 낡은 것 보다야 새 것이 좋겠지.
대중들이 다 같이 환호하니까 외롭지 않아 좋다. 내 편이 많은 거다.
이 정도 해놓고 나의 낡은 책으로 가 보자.
32년 전 을지로 인쇄골목 가게에서 일 할 때 나는 일이 없는 시간에는 책을 갖다 놓고 읽었다.
그 때 박경리의 '토지' 도 읽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외무사원이 영업하는 책 토지 한 질(帙)을 반갑게 사 놓고 달게 읽었었다. 그 외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내 기억속에 역력히 남아 있는 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스땅달의 적과흑이다.
줄리앙 소렐은
제재소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형들과 아버지에게서 미움을 받으며 자란다. 그는 출신은 천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그 성품은 누구보다 귀족적이고 영웅적이다. 명석한 두뇌와 재주로 신학교에 들어간다.그 왕정복고시대에는 줄리앙처럼 가난한 사람이 출세할수 있는 길은 사제가 되는 길 밖에 없었다. 그에 앞서
천사처럼 라틴어를 잘 하는 줄리앙은 베리에르 시장집에 가정교사로 뽑혀들어간다.
물질보다 정신세계에 사는 시골청년으로서의 줄리앙은 레날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녀는 신앙심,부덕,모성애 때문에 자책하지만 줄리앙의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줄리앙은 이 괴로워하는 여성에게서 영혼의 위대성을 발견한다. 레날부인은 자기마음속에서는 갈등을 일으키지만 줄리앙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헌신과 애정으로 대하였다.
그 후
줄리앙은 셀랑 노사제의 소개로 라몰 후작의 비서로 들어간다.
돈많은 귀족청년들의 이기주의나 허영에 비해 성실한 마음을 가진 줄리앙은 라몰후작 딸 마띨드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두 여성을 대상으로 사랑의 꿈을 추구하는 것이 그가 멸시하는 지배계급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른다.
마띨드는 귀족으로 평민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심적 난관을 극복하고 줄리앙을 몹시 사랑하는 지경에 이른다.
라몰후작의 동의하에
마띨드와 줄리앙은 결혼하기로 한다.
라몰 후작이 줄리앙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레나르부인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모든 것이 끝났다. 줄리앙의 출세도 마띨드의 사랑도.
분노한 줄리앙이 권총을 사러 상점에 들렀다. 상점 주인은 출세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줄리앙에게 온갖 찬사와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예배당으로 갔다. 미사 중인 레날부인의 베일을 향해 권총을 쐈다. 한 발은 헛 나가고 두 번 째 발이 레날 부인의 어깨를 으스러뜨렸다.
예배를 드리던 사람들이 다 도망갔다.
줄리앙은 체포됐다.
그리고 재판을 받았다. 마띨드는 신분을 속이고 있는 힘을 다 하여 구명운동을 한다. 심지어 레날부인까지 헌신적으로 구명운동에 나섰고 많은 사람들, 법
관계자들 다 그를 구하려 애쓴다.
'배심원 여러분!
저는 불행하게도 여러분의 계급에 속한 영예를 갖지 못 했습니다. 여러분이 보신 것 처럼 저는 자기의 신분이 천한 것에 반항한 일개 촌뜨기에 불과합니다. -중략-
저의 범행은 잔인했고 계획적이었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저는 죽어마땅한 사람입니다....'
줄리앙의 재판이 장안의 화제였고 그의 초상화가 날개돋친듯이 팔려나갔다.
나중 재판정에서 부인네들이 그의 젊고 아름다운 얼굴에 감타사를 발했고 배심원들이 모두 울었다.
줄리앙의 나이 23살이었다.
사형이 언도됐다.
그 날이 왔다.
먼데서 마띨드가 단숨에 달려왔다.
줄리앙의 친구 푸케가 친구의 시체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그이를 만나게 해줘요.'
푸케는 방바닥 위에 시체를 덮은 푸른 망또를 손으로 가리켰다. 마띨드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초인적인 용기를 얻어 떨리는 손으로 망토를 열어젖혔다.
마띨드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온 방 안에 촟불을 켰다.
마띨드는 대리석으로 된 작은 테이블 위에 줄리앙의 머리를 올려놓고 그 이마에 입술을 대고 있었다.
줄리앙은 감옥에서 푸케에게 쥐라산맥 꼭대기에 있는 동굴속에 가서 도시를 내려다 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마띨드는 애인이 선택한 묘지까지 쫓아갔다.수많은 성직자들이 관 뒤를 따라갔다.
마띨드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검은 휘장을
드리운 마차를 타고 그토록 사랑하던 애인의
목을 자기 무릎 위에 얼싸안고 갔다.
이리하여 일행은 깊은 밤에 쥐라 산맥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나타났다.
작은 동굴 안은 수많은 촛불로 대낮처럼 밝혀졌다. 많은 성직자들이 死者의 영혼을 위로하는 장례식을 올렸다.
심산유곡에 사는 주민들은 이 기이한 장례에 호기심이 끌려 뒤를 따랐다.
마띨드는 땅바닥까지 질질 끌리는 상복을 입고 이 주민들 한 복판에 나타나서 의식이 끝 날 무렵 수 천장의 5프랑짜리 화폐를 뿌렸다.
마띨드의 극진한 정성으로 황량하던 동굴은 대리석으로 장식되었다.
레날부인은 줄리앙이 죽은지 사흘 째 되던 날 자기 아이들을 껴안으며 숨을 거두었다.
- 끝 -
나는 마지막 줄을 읽고 책장을 덮자 나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1987년에..3.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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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토피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8.28 적과 흑
1974년9월15일 초판 발행
세계문학전집
삼성출판사
스땅달 저
洪 淳 旻 역
값 1,200윈
글짜는 8포인트 487페이지
매우 많은 양이다. 요즘 나온 책이라면 4권을 만들고도 남을 것이다. -
작성자유토피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8.27 요약하기가 어려웠다. 창작하기 보다 더 힘들다. 감안하고 재밋게 읽어주기 바랍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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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스마일 작성시간 20.08.29 긴 글이 이렇게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요약된 것이 매우 신기해요. 내용이 잘 이해되었어요. 줄리앙의 출세는 결국 죽음으로써 이루어진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슬퍼요. 쥐라산맥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싶다고 한 말도 죽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줄리앙의 외침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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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깜찍토끼 작성시간 20.09.03 우왓! 이따가 밤에 자기전에 꼭 읽어봐야겠어요 ㅎㅎㅎ 유토피아니 덕분에 어디가서 아는척 할 수 있게되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