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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사랑방

별빛들을 쓰다 / 오태환

작성자코로나|작성시간09.10.26|조회수17 목록 댓글 0

                         별빛들을 쓰다

 

 

                                                     오태환

 

   필경사筆耕師가 엄지와 검지에 힘을 모아 철필로 원지 위에 글씨를

쓰듯이 별빛들을 쓰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별빛들은 이슬처럼 해쓱하도록 저무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묵란墨蘭

잎새처럼 쳐 있는 것도 또는 그 아린 냄새처럼 닥나무 닥지에 배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어린 갈매빛 갈매빛의 계곡 물소리로 반짝반짝 흐

르는 것도 아니고 도장圖章처럼 붉게 찍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별빛

들은 반물모시 옷고름처럼 풀리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여리여리 눈부셔 잘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수평선 위에 뜬 흰 섬

들을 바라보듯이 쳐다봐지지도 않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국민학교 때 연필을 깎아 치자 열매빛 재활용지가 찢어지

록 꼭꼭 눌러 삐뚤빼뚤 글씨를 쓰듯이 그냥 별빛들을 아프게, 쓸 수밖에 없음

지금 알겠다

  내가 늦은 소주에 푸르게 취해 그녀를 아프게 아프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저

녹청綠靑기왓장 위 별빛들을 쓰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지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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