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들을 쓰다
오태환
필경사筆耕師가 엄지와 검지에 힘을 모아 철필로 원지 위에 글씨를
쓰듯이 별빛들을 쓰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별빛들은 이슬처럼 해쓱하도록 저무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묵란墨蘭
잎새처럼 쳐 있는 것도 또는 그 아린 냄새처럼 닥나무 닥지에 배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어린 갈매빛 갈매빛의 계곡 물소리로 반짝반짝 흐
르는 것도 아니고 도장圖章처럼 붉게 찍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별빛
들은 반물모시 옷고름처럼 풀리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여리여리 눈부셔 잘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수평선 위에 뜬 흰 섬
들을 바라보듯이 쳐다봐지지도 않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국민학교 때 연필을 깎아 치자 열매빛 재활용지가 찢어지
도록 꼭꼭 눌러 삐뚤빼뚤 글씨를 쓰듯이 그냥 별빛들을 아프게, 쓸 수밖에 없음
을 지금 알겠다
내가 늦은 소주에 푸르게 취해 그녀를 아프게 아프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저
녹청綠靑기왓장 위 별빛들을 쓰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지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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