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회 의정부 전국문학 공모전 산문부문 심사평

작성자프란체스카|작성시간21.12.03|조회수878 목록 댓글 0

生과 死를 文字로 그린 무늬

 

문자는 인간의 역사를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로 나누는 기준입니다.

문자로 기록 된 시기부터 역사 시대라고 합니다. 문자는 인류 최대의 발명이지요.

발화 되어 수증기처럼 공중에서 흩어지고 소멸했던 언어에게 문자는 집이

되어주었습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만들어진 이야기를 문자는 받아 적었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말이죠.

 

나비를 따라가듯이 내면의 이아기를 문자로 환원하는

아름다운 여정을 마치신 여러분의 원고를 읽는 행운에 감사드립니다.

 

제 23회 의정부 전국문학 공모전 대상으로 일반부 장은지의 소설 ‘페트롤의 기록지’를 선정하였습니다.

세상을 좀 경험하고 돌아온 복학생 같은 문장과 겉감보다 안감을 더 공들여 만든 저고리처럼 복선을

암시하는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산불 피해목 제거 작업을 하는 화자에게 할아버지의 죽음과 불에 타버린

나무의 장례식은 둘이면서 하나였습니다. 다시 잎이 자랄 수 없는 나무에게 붙여진 이름이 피해목이라며

화자는 ‘나는 한 번 울적함을 깨달으면 모든 것을 울적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덤 속을 걷는 것 같은 화자는 살기위해 울음을 숨기는 토끼를 충동적으로 안고 귀가 버스에 오릅니다.

토끼는 화자였을까요?

여러분은 산 속에 버려진 자신을 안고 돌아온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 소설은 독자 스스로 질문을 하게 하는 미덕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삶의 무게와 따뜻한 가슴을 그린 무늬가 아름다운 수작입니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조재윤의 ‘다녀오겠습니다’입니다. 화자와 베란다라는 공간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일상을 중심으로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단절을 잘 엮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도망치기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손을 맞잡는 결 두려워한다’고 화자는 고백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독자의 공감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글의 뒷부분에서 힘을 잃어가는 점이 아쉬웠지만 구성이 좋았고 행간을 읽게 만드는 문장력이 돋보였습니다.

 

고등부 최우수상은 최준혁의 ‘어둠은 빛의 새끼발가락이다’입니다. 시적인 표현을 첫 문장에 배치하여

독자의 시선을 잡아버린 작품입니다. 주인공 자영을 ‘구멍 난 세계를 간신히 통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낙타’라고 묘사합니다. 자영이 태어나고 엄마는 세상을 떠나 탄생과 죽음은 하나의 연결고리,

구멍 속으로 들어갑니다. ‘구멍 난 세계’의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구성,

그리고 글을 끌고 가는 힘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중등부 최우수상은 홍서아의 ‘해일’입니다. 세 개의 이야기가 교대로 전개되는 구성으로

내면의 아이, 자살을 시도하는 친구, 이모의 죽음입니다. 각각 다른 장소와 시간이지만 물속에서처럼

차갑게 연결하여 가독성을 높인 구성입니다. 화자는 ‘고생했어, 말해줘. 나는 우리 집으로

가는 거니까‘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 집은 어디일까요?

단문과 장문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솜씨와 무거운 주제를 담아내는 담백한 문체가 장점인 작품입니다.

 

이번 공모전에 응모된 원고 중에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生과 死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심장을 경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어제가 죽음이라면 오늘은 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죽음은 삶의 그림자처럼 보이지만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워 올리는 꽃받침이기도 합니다.

문학의 소재로 가장 오래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죽음을 이번 공모전에서 여러 번 만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수와 장려로 나머지 수상자를 결정하였지만 그 둘의 경계는 항상 모호합니다.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지금 보다 더 정진하시라는 의미의 상입니다. 우수상과 장려상 중에 두 작품 이상

응모하신 분들도 많았는데요 제가 드리고 싶은 당부는 다작도 물론 중요하지만 홈런을 치듯이

시원하게 담장을 넘기는 그래서 우러러 보게 하는 작품을 하나만이라도 완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난한 사람을 매력 있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작품도 그래요. 그리고 퇴고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문장은 섬세한 지도와도 같아서 독자가 작품을 끝까지 따라가며

읽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수상의 여부와 상관없이 의정부 문학 공모전에 투고하신 여러분은 모두 작가입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면서 문장을 꾸준히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끝으로 저의 바램을 말씀드리면 이 글을 심사평이기 보다는 감상문으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심사: 의정부 문인협회 산문분과위원

심사평: 김효경. 소설가. 의정부 문인협회 산문분과장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