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남북 대화 재개의 조건과 시민사회의 역할
정성희 자주연합 집행위원장
지난 30여 년 북미·남북 관계는 냉·온탕을 오가며 대결과 대화를 반복해왔다. 북(조선)은 일관되게 대북 적대 폐기를 요구했고 미국은 비핵화 없이 관계 정상화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남(한국)은 미국의 그물망에 갇혀 압박과 대화 사이를 오가며 북미 관계의 그림자 속에서 분단 관리의 조정자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6년 오늘, 세계와 한반도는 판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일극 패권 질서가 약화되어 세계 다극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북 핵 억지력이 더욱 고도화되며 북러-북중러 관계가 전면 확대되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국) 역시 대외 전략과 대북 정책의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다.
1. 북미·남북 관계 흐름과 북의 전략 변화
| 시기 | 북미관계 | 남북관계 | 특징 |
| 1993~1994 | 북미대결→제네바 기본합의 | 대립 | 1차 북핵 위기, 카터 방북 후 북미 합의 |
| 1998~2000 | 광명성 1호 발사→페리 프로세스 | 교류·협력 | 햇볕정책, 6.15공동선언, 워싱턴 북미공동성명 |
| 2001~2006 | 대결(부시 ‘악의 축’) | 교착 | 제네바 합의 붕괴, 2차 북핵 위기, 북한 1차 핵실험 |
| 2007 | 제한적 협상 | 10.4 선언 | 6자회담, 영변 핵시설 불능화 북미협상 |
| 2008~2011 | 교착→충돌 | 천안함·연평도 |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3000 제안 |
| 2012~2017 | 압박·고립·제재 | 긴장 고조 | 3~6차 핵실험, ‘13년 ’17년 전쟁위기 |
| 2018~2019 | 협상 모멘텀 | 정상회담 3회 | 평창올림픽,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 |
| 2020~2022 | 교착 재심화 | 연락사무소 폭파 | 하노이 결렬 후 대화 단절, 코로나 봉쇄 |
| 2023~2026 | 적대 고착화 | ‘적대적 2국가’ | 주적 명시, 남북관계 단절 |
1990년대 이후 북미 관계는 제네바 기본합의, 6자회담,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협상과 대결을 반복하였다. 남북 관계 역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등을 통해 협력 국면을 경험했으나,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와 정권교체 속에서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조선)은 기존의 관계 정상화 중심 전략에서 장기 대결과 핵 억제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였다.
과거 북의 대미 전략 목표는 북미 수교, 체제 안전 보장, 제재 해제, 경제발전 환경 조성 등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핵 무력 고도화, 장기 대결 체제 구축, 북러 전략 협력과 북중러 관계의 강화, 미국 억제력 확보가 중심 전략이 되었다. 미국이 때마다 합의를 뒤집기에 핵을 협상 카드가 아니라 국가체제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
북은 과거의 민족공조·연방제·우리민족끼리 노선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였다. 이는 남측이 미국의 대북 전략에 종속되어 있다고 판단한 결과이며, 반복된 남북합의 파기에 대한 불신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핵심은 한미동맹-한미일 협력 강화, 대북 압박 지속,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냉전 기도 등이다.
2. '적대적 두 국가'와 북 헌법 개정의 의미
'적대적 두 국가'는 영구적인 분단 체제나 두 국가의 수교를 추구하는 개념이라기보다 현재의 대결 상태를 적시하는 정치적 표현에 가깝다. 핵심 방점은 "두 국가"보다 "적대적"이라는 규정에 있다. 북(조선)은 미국과 남(한국)이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적대 정책이 철폐되며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다면 북미-남북 관계 개선과 통일 논의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를 영구적 분단론이나 무조건 두 국가론이나 선제 무력 통일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모두 과도한 입장이다.
2026년 북(조선) 헌법 개정 요지
| 분야 | 구 헌법(2023년 9월) | 신 헌법(2026년 3월) |
| 서문 | 김일성·김정일 업적 강조 | 인민대중 중심 사회주의국가 강조 |
| 통일 노선 |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 관련 표현 삭제 |
| 북반부 개념 | “북반부” 표현 존재 | 삭제 |
| 사회주의 승리 | “사회주의 완전 승리” | 삭제 |
| 국가노선 | 혁명 중심 | “3대 혁명 총로선” 강조 |
| 국호 조항 | 전체 조선인민 대표 규정 |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
| 영토 조항 | 사실상 부재 | 중국·러시아·대한민국 접경 영토명시 |
| 국가수반 지위 | “최고령도자” | “국가수반” |
| 군 통수권 | 무력 총사령관 | 무력최고사령관 |
| 핵무력 | 별도 규정 미비 | 핵무력 지휘권·위임권 신설 |
| 국무위원장 권한 | 법령 공포·국무위 지도 | 거부권·대의원 사임권·표창권 신설 |
| 최고인민회의 | 국무위원장 선거·소환권 보유 | 관련 권한 삭제 |
| 국방 정책 | 일반적 국방 | 국방과학기술·전민항전 명시 |
| 세금 제도 | “세금이 없어진 나라” | 해당 표현 삭제 |
| 국가 책임 | 생활조건 마련 보장 | 생활조건 마련 위해 “투쟁” |
| 노동 개념 |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 | 삭제 |
| 실업 표현 | “실업을 모르는 근로자” | 삭제 |
| 노동 성격 | 혁명적 노동 강조 | 애국적 열의 강조 |
| 보건 제도 | 무상치료·예방의학·담당구역제 | 의료봉사 질 개선 중심 |
| 사회주의 성격 | 혁명·계급 중심 사회주의 | 국가주의·애국주의 사회주의 |
북의 헌법 개정은, 국가전략 측면에서 통일 관련 표현과 북반부 개념의 삭제, 영토 조항 신설, 국가 대 국가 관계 강화, 국가체제 측면에서 국가수반 중심 권력구조 강화, 국무위원장 권한 확대, 국가 운영의 정상국가화 지향, 안보정책 측면에서 핵 무력 지휘체계 제도화, 전민항전 체계 강화, 국방과학기술 발전 강조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북은 현재 미국의 상대적 쇠퇴, 우크라이나 전쟁·이란-중동 전쟁의 장기화, 미-중 경쟁 심화를 ‘전략적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 조-러 관계는 사실상 준동맹 수준으로 군사·경제·외교 협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북의 고립 완화, 제재 우회 확대, 기술 협력 강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 조-중 협력은 확대되겠지만 한계가 있다. 중국은 경제협력과 동해 출해권을 희망하지만, 조선은 국가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은 중러 사이 전략 공간 확보, 미국 압박 장기 대응, 다극 질서 활용 외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북(조선)의 개헌은 장기 대결 체제, 핵보유국 노선, 적대적 공존 체제를 반영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조건과 환경이 바뀌면 평화공존, 경제협력, 관계 정상화 방향의 헌법 수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조선)은 남(한국)보다 개헌이 쉽다. 특히 북은 헌법보다 당 노선과 전략적 판단이 더 중요한 체제이기에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국가 노선 역시 비교적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
북이 가장 강하게 의심하는 것은 미국의 ‘합의 지속성’이다. 북 입장에서 제네바 기본 합의 붕괴, 6자회담 파행,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동시 행동 합의 파기 등은 “미국은 합의를 뒤집는다”는 아픈 경험으로 축적되었다. 따라서 북은 단순 선언보다 법적 제도적 보장, 평화협정, 제재 실제 해제, 군사훈련 중단, 연락사무소, 수교 등의 관계 정상화 같은 구조적 변화를 더 중시한다.
북은 미국 중심 질서가 약화되고 중러 협력이 강화되는 환경 속에서 핵 억제력과 자력갱생, 북러-북중러 연대를 기반으로 장기전을 각오한 대미 대남 전략으로 이동했다. 북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개헌은 장기 체제 보장 및 대미 대남 압박 전략의 의미를 가진다. 미국이 북핵 보유 현실 인정, 대북 적대 폐기 등의 대북 전략을 제도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향후 한반도 질서가 급속한 화해보다는 긴장 속의 공존과 장기 대결 구조로 전개될 것이다.
3. 북미-남북 대화의 가능성과 조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필요로 하고 있다. 국내 경제 문제와 재정적 부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이은 이란-중동 전쟁의 사실상 패배는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를 요구하고 있다. “핵무기를 절대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 것뿐인 미국의 침략전쟁 대가는 전쟁 영구 종식, 제재 전면 해제, 최소 3천억 달러의 전후 배상, 중동 미군 철수 등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그다음 대외 카드의 우선순위는 어디일까? 쿠바보다는 북(조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와 다르다. 지도자와 민중의 정치적 단결 수준, 수십 년 제재 압박 속의 자력갱생,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등에서 미국이 잘못 건드리면 역효과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해상봉쇄로 극심한 에너지-식량 위기를 겪고 있으나 군민일치, 전민항전으로 끝까지 저항할 것이고 중국, 러시아의 쿠바 지원 개입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에게 쿠바 제압이 부담스럽고 피 묻혀 굴복시켜도 안방 관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는 조선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북(조선)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는 이미 세 차례 정상회담 경험이 있으며, 직접적인 소통의 전례도 있다. 이런 점에서 조미 정상외교는 트럼프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정치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드문 외교 카드이다.
그러나 조-미 관계의 정상화는 단지 상징적 조우나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질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핵 보유 현실 인정, 대북 적대 정책 폐기(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대북 제재 해제, 대북 인권 공세 등),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 구체적 조치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들 조치가 복합적으로 작동할 때, 북이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진다.
이란-미국 협상 방식처럼 핵 문제를 2단계로 넘겨야 할 것이다. 1단계에서는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 관계 정상화, 연락사무소 설치, 제재 완화,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을 논의하고 현재 실행하지 않는 핵실험 및 ICBM 시험의 유예가 상응 조치로 제시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외 핵 문제를 1단계에 포함시키면 북의 입장으로 볼 때 협상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2단계에서 국제 핵 군축과 군비통제 틀 속에서 해소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1단계 종전 평화-관계 정상화를 앞두고 미국 등 8개국 핵은 놔둔 채 조선의 핵만 거론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고 낡은 접근이다. 비핵화니 핵 동결이니 핵 감축이니 핵 관련 언급을 일체 하지 않는 것이 협상 성사와 성공의 지름길이다. 미국의 조야와 이에 유착된 한국 성조기 부대도 북 핵 보유 현실 인정, 대북 적대 정책 폐기를 받아들이는 게 11월 중간선거에 예민한 미국의 트럼프를 돕는 방법이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남북관계 복원에는 또 다른 문턱이 있다. 북은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에는 여지를 두면서도, 남측은 우회하거나 배제하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남(한국)을 ‘외세의 식민지’, ‘적대 국가’, ‘전쟁 도발의 전초기지’로 간주하며, 보수·민주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 간 소통이 막혀도 민간 채널이 있었으나, 지금은 민간 접촉마저도 차단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 발표한 한국-EU 공동성명은 북미-남북 대화 재개의 가능성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낡은 '완전한 비핵화' 구호를 되풀이한 것은 큰 패착이며 북러 조약을 규탄한 것은 주권 침해이자 내정간섭일 뿐 아니라 예속적 한미동맹의 처지에서 부끄러워서라도 할 수 있는 공언이 아니다. 그 후 트럼프를 만나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다.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안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한들 무슨 남북 신뢰가 쌓이겠는가.
남(한국)이 대북 적대 폐기를 제도화하고 미국의 간섭을 극복하여 남북 합의를 자주적으로 실행한다면 북의 태도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북(조선)이 최근 남(한국)을 강하게 적대시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남(한국)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편입되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전략자산 전개, 대북 선제타격 논의, 확장억제 강화 등을 북은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
이와 함께 남북 신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헌정·법률 체계의 개편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현행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규정하고 있다. 흡수통일 또는 일방적 체제 우위 논리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은 남북 간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국가보안법 문제 역시 남북 신뢰 구축과 직결된다. 국가보안법은 냉전 시기 반공체제 속에서 형성된 법체계이며, 남북 교류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제약해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실제로 남북 화해 국면에서도 국가보안법은 교류협력 확대의 제도적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이는 단순한 이념 논쟁 차원이 아니라 남북 간 상호 인정과 신뢰 구축, 평화공존 체제의 제도화를 위한 문제이기도 하다.
4.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세 가지 시나리오와 한국 영향
그러나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기반한 네오콘 세력이 패권 약화 만회와 무기 판매 수익을 위해 동아시아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중동에서도 이란 미사일의 보복으로 미군기지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대만 문제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충돌 위험을 높이는 유혹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유사시 한반도는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이나 한반도 방위군이 아니라 미중 전략대결을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로 재편되었다. ‘전략적 유연성’으로 한반도 병력과 기지가 양안 및 동중국해로 기동하지 않을 수 없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을 대중국 ‘전초기지’ ‘불침항모’ ‘단검’이라 떠드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미국의 향후 동아시아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할 수 있다.
| 구분 | 시나리오1: 개입 강화·대중 봉쇄 | 시나리오2: 역외 균형(부분 후퇴) | 시나리오3: 동맹국 강화 후 부담 전가 |
| 전략 개요 | 미국의 대만·남중국해·한반도 군사개입, 동맹 강화 | 미국 개입 줄이고 지역 국가들 앞장 유도 | 한·일 군사력 증강, 장기적 부담 이전 |
| 미국 목표 | 중국 봉쇄 및 패권 유지 | 비용 절감과 간접 통제 | 동맹국 활용 부담 경감 |
| 미군 역할 | 인·태 전략의 전진기지화 | 감축, 철수, 역할 축소 | 일정 기간 확대 후 점진적 역할 이전 |
| 한반도 처지 | 미중 전략대결의 최전선 | 불확실성이 큰 완충지대 | 미국 전략 대리 수행 공간 |
| 군사 영향 | 미중 충돌 시 직접 연루 위험 | 안보 불안, 동북아 군비경쟁 심화 | 한국군 대만·남중국해 역외 개입 압박 증가 |
| 남북 관계 | 군사 긴장 고조, 대화 공간 축소 | 안보 불안 속 긴장 관리 어려움 | 북 경계심 증대, 관계 복원 어려움 |
| 중·러 관계 | 악화 가능성 확대 | 전략적 선택 압박 증가 | 미국 중심 재편, 관계 관리 어려움 |
| 경제 영향 | 공급망 분리·대중 디커플링 압박 | 시장 불확실성 확대 | 미국 방산·군수체계 의존 심화 |
| 외교 영향 | 외교 자율성 축소 | 자율성 가능성 있으나 부담 증가 | 미국 전략 종속성 강화 |
| 위험요인 | 전쟁 연루 위험, 경제 손실, 외교 종속 | 군비경쟁, 안보 공백, 일본 영향력 확대 | 과도한 군사비 부담, 장기적 불안정 |
첫째 시나리오는 동아시아 개입 강화 및 대중 봉쇄 심화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대만·남중국해·한반도 전역에서 군사개입과 동맹체계 강화를 확대하는 경우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더욱 본격화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군사적 전초기지화 심화이다. 주한미군은 단순한 대북 방어군이 아니라 대만과 동중국해까지 연결되는 인도·태평양 전략 자산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반도 병력과 기지가 중국 견제 작전에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한국은 의사와 무관하게 미중 충돌의 직접 당사자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
남북 군사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사실상 대북·대중 포위체제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될수록 조선 역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군사행동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는 냉전기와 유사한 군사 대치 상태로 회귀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경제적 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국은 한국 최대 교역국이며, 반도체·배터리·화학·철강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 압박이 심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시장·기술·투자 측면에서 이중 압박을 받게 된다.
외교적 자율성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심 진영에 강하게 편입될수록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의 균형외교 공간은 좁아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외교를 더욱 종속적 구조로 만들 수 있다.
둘째 시나리오는 동아시아에서도 후퇴하는 급격한 역외 균형이다. 미국이 재정 부담과 군사적 한계를 이유로 동아시아 직접 개입을 축소하고, 해양 바깥에서 간접 개입만 유지하는 형태이다. 즉 미국이 일정 수준 후퇴하며 지역국가들 스스로 균형을 맞추게 만드는 전략이다. 겉으로는 한국의 자율성이 커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큰 불안정성이 초래될 수도 있다.
우선 안보 불안과 군비경쟁이 급속히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의 보호막이 약화되면 일본은 군사대국화 속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내부에서도 핵무장론과 독자 군사력 강화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 동북아 전체가 상호 불신 속에서 군비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 구조 변화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역할 축소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한국 사회 내부에서 안보 불안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은 독자적 안보체계를 빠르게 구축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다. 미국 후퇴 이후 일본이 동북아 안보질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역사·영토 문제와 별개로 일본 중심 안보체계에 편입될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미국이 직접 개입은 줄이면서도 정치·경제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요구할 경우, 한국은 스스로 더 큰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셋째 시나리오는 일정 기간 동맹국을 키운 뒤 철수이다. 미국이 당장 철수하지는 않지만, 일본·한국의 군사력 증강과 역할 확대를 유도한 뒤 장기적으로 부담을 넘기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전략가들 사이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한국의 군사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미 한국 군사비는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SIPRI 기준 한국은 세계 10위권 군사비 지출국이다. 미국이 동맹국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경우 첨단무기 구매·미사일방어체계·해군력 증강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군의 지역 개입 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 한반도 방어를 넘어 대만해협·남중국해 문제까지 역할 확대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한국군의 임무와 전략 범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문제이다. 남북관계 악화 가능성이 높다. 조선은 한국군의 역할 확대를 미국 주도의 대중·대북 포위 전략 참여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복원 공간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
경제적 종속 구조 심화 위험이 존재한다. 미국 무기체계 의존과 방산 연계가 확대될수록 한국 산업구조 역시 미국 군사전략과 결합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독자적 산업·기술 전략 공간을 축소시킬 수 있다.
미국 철수 이후의 공백 문제가 남는다. 미국이 동맹국 군사력 증강 이후 일정 시점에 개입을 줄일 경우, 한국은 높은 군사비와 긴장구조만 떠안은 채 더 불안정한 지역질서 속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세 시나리오 모두 공통적으로 한반도를 미중 전략대결의 전면 공간으로 만든다는 특징을 가진다. 첫째는 한국을 미국 대중봉쇄의 전초기지로 만든다. 둘째는 미국 후퇴 속에 동북아 군비경쟁을 격화시킨다. 셋째는 한국을 미국 전략의 대리 수행자로 만든 뒤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핵심 과제는 어느 시나리오가 오더라도 종속이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있다. 그것은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정치 자주, 외교 균형, 군사 자강, 경제 다각화를 통해 미중 어느 한편의 소모적 전초기지가 되는 것을 피하는 국가전략이다. 동시에 남북관계 복원과 북미관계 개선, 그리고 동아시아 다자안보협력체 구축을 추진하여 군사블록 대결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5. 북미-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미국의 핵 보유 현실 인정, 대북 적대 정책 폐기,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남북 합의 존중, 미국의 대남 간섭 배제를 위해 남(한국)은 먼저 근본적 전략 전환과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단순한 대북 유화정책 차원을 넘어 군사·외교·헌정·법제도 전반의 재구성이 요구된다.
첫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동맹의 재조정,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추진이다. 현재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구조는 여전히 한미연합사 체계에 강하게 묶여 있다. 자주성 회복의 핵심은 독자적 군사 지휘 체계, 정보·정찰 능력 강화, 독립적 방위전략 수립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 문제를 넘어 ‘국가 주권 구조의 정상화’의 시작이다.
북미 평화체제가 형성되면 기존 대북 억제 중심 동맹구조 역시 수정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역할 조정, 전략자산 순환배치 축소, 미사일방어체계 재검토,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 동맹 역시 냉전형 군사동맹에서 평화관리형 협력관계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북의 핵 보유와 남의 재래식 무기의 비대칭 상태에서 한반도 안보 불안심리를 해소할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이 중요하다. 이는 러시아까지 참여한 유럽 안보협력기구 OSCE와 유사한 형태의 다자안보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군사적 충돌 방지, 군비통제, 신뢰 구축, 다자 대화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변국들의 도움만으로 평화를 지킬 수 없다. 북은 핵 무력, 남은 재래식 무기의 안보 불안은 이란의 ‘비대칭 억제 전략’을 벤치마킹하여 해소할 수 있다. 이란이 미군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Anti-Access(접근거부=적군이 전장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전략), Area Denial(지역거부=적군이 이미 특정 지역에 들어왔더라도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 미사일 중심 억제 전략, 장기 제재·전쟁 인내 능력, 국가적 결속 유지를 참고해야 한다.
둘째, 남북합의의 제도화이다. 과거 남북합의가 반복적으로 흔들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권교체와 미국의 압박 때마다 정책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 합의의 법제화를 위한 국회 비준 강화, 초당적 합의 체계 구축, 정권교체와 무관한 지속성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상설 남북협력기구 설치를 통해 경제, 군사, 보건, 환경, 철도·에너지 등 분야별 협의를 지속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남북 신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헌정·법률 체계의 개편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3조와 제4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현행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규정하고 있다.
북이 최근 “적대적 두 국가론”과 국가 대 국가 관계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기존 흡수통일 또는 일방적 체제 우위 논리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은 남북 간 정치적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현실적인 평화공존과 단계적 관계발전을 위한 방향에서 헌법 조항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통일 개념을 흡수통일이 아니라 평화공존, 단계적 통합, 민족공동체 회복의 방향으로 재정립하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국가보안법 문제 역시 남북 신뢰 구축과 직결된다. 국가보안법은 냉전 시기 반공체제 속에서 형성된 법체계이며, 남북 교류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제약해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실제로 남북 화해 국면에서도 국가보안법은 교류협력 확대의 제도적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이는 단순한 이념 논쟁 차원이 아니라 남북 간 상호 인정과 신뢰 구축, 평화공존 체제의 제도화를 위한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남북 경제협력의 전략화와 외교의 자율성 확대이다. 앞으로 남북협력은 철도 연결, 항만 협력, 전력망 공동구축, 자원 공동개발 등 장기 구조사업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은 유라시아 철도 연결, 물류비 절감,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자주외교, 균형외교, 다변화 외교, 중견국 외교 역량이 중요하며 주변국 균형 관리 역시 절실하다. 다극화 시대에는 전략적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자주성은 단순히 ‘외세 배제’가 아니라 어떤 국제질서 속에서도 스스로의 전략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구축하는 문제이다. 그 핵심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외교·사회 전체의 종합적 독자성과 민주적 기반 위에서 형성된다. 유대자본과 네오콘, 시오니스트의 도발로 중동의 불안정은 지속되겠지만, 미 일극 패권의 약화와 세계 다극화 추세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자주를 지향하는 전세계 민중을 고무하고 한반도에도 역사적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는 반면, 미 패권주의의 최후 발악으로 심각한 위기를 동반할 수도 있다. 한국 시민사회가 자주화운동에 떨쳐나서 정부를 견인하면, 한반도 평화와 사회대개혁의 유리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나, 예속적 한미 맹-한미일 협력체제에 계속 갇혀 있으면 미중 전략 대결의 최전선에 동원되어 동맹 약탈과 전쟁 위기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와 민생과 평화를 지향하는 각계각층을 불러일으키고 폭넓은 연대와 단결로 기회를 살리고 위기를 극복해야 할 중대한 시기이다. 특히 지난 6.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자족 자만과 연합정치 실종, 당권 다툼으로 종미수구보수세력을 되살려 미국의 정치공작이 작동하는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은 자주민주개혁진보 연합세력과 종미수구보수연합세력의 일대 결전장으로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는 단순한 정부 정책 지지나 반대 수준을 넘어 자주평화 자주민생 자주민주를 실현하는 사회정치적 기반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전쟁위기, 경제약탈, 내정간섭에서 벗어나는 주권찾기운동에 떨쳐나서 한미동맹의 단단한 껍질 안에 갇힌 이재명 정부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전략적 자율성을 회복하도록 비판 견인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