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60대 인생)
언제나 연애시절이나 신혼 때와 같은 달콤한 맛을 바라고 있는 남녀에게 우리 속담
은 '첫사랑 삼년은 개도 산다'고 충고하고 있다................................................
사람의 사랑이 개의 사랑과 달라지는 것은 결국 삼년이 지나고 부터인데 우리의 속
담은 기나긴 자기수행과 같은 그 과정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열살 줄은 멋 모르고 살고, 스무 줄은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줄은 눈 코 뜰새 없
이 살고,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줄은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
이렇게 철 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은 이 처럼 명확하고 실
감나게 표현 할 수가 있을까?.......................................................................
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다가 육십에 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며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 날 머리칼이 희끗해
진걸 보니 불현 듯 가여워진다.....................................................................
그리고 서로 굽은 등을 내 보일 때쯤이면 철 없고 무심했던 지난 날을 용케 견디어
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이젠 지상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쭈글해진 살을 서로 긁어주고 있
노라니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 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기보다 평화로운 슬픔이랄
까? 자비심이랄까? 그런 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을 안다..........
육십대는 어디를 향해서 붙잡는 이 하나도 없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 시리게 달려가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미친듯이 가슴이 먼저 빗속의
어딘가를 향해서 간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온몸엔
소름이 돋고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그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늙어가지만,......
시간을 초월한 내면의 정신은 새로운 가지처럼 어디론가로 새로운 외면의 세계로 향
해서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한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
념도 포기도 안 되는 나이,...........................................................................
피하에 축적되어 불룩 튀어나온 지방질과 머리 속에 정체되어 새로워지지 않는 낡
은 지성은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하고, 체념하자니 지나간 날이 너무 허망하고,
포기하자니, 내 남은 날이 싫다하네!.............................................................
하던 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무른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꿈을 먹고 산다나, 추억을 먹고 산다지만 난 싫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다............................................................
육십을 이순(耳順)의 나이라고 하던가! 그것은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젊은 날 내 안의 파도를.. 그 출렁거림은 잠재우고 싶었기에...............................
이제 오십, 그리고 육십도 넘어 한 살 한 살 세월이 물들어가고 있다. 도무지 빛깔
도 형체도 알 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 들이고,................................................
갈 수록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더 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 빛 높이 떠 흘러가는 쪽 빛 구름
도.. 오십대를 지나 이제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육십대임을 이제야 비
로소 알게 되었다.........................................................................................
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도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 끝의 라일락 향기도
그 모두가 다 내 품어야 할 유혹임을..............................................................
끝없는 내 마음의 반란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
요로 하면서 같이 마시고 싶고,......................................................................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사소한 것 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 버리는 것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므름으로 남을 수 없는 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이제 나는 꿈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꿈을 만들면서,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내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나이로 진정 육십대를 보
내고 싶다.................................................................................................
육십대는 흔들리는 바람이고, 끝없이 뻗어 오르는 가지이다. 이젠 희노애락의 경지
에서도 벗어 날 수 있고 그리고 인생에 막힘이 없는 나이이다. 지금이 정녕 "인생의
황금기"이다..............................................................................................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