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입학의 그림자: 자율전공학부 제도의 명암과 과제
2026104522 김준호
최근 대학입시에서는 소위 '무전공 입학'으로 불리는 자율전공학부 선발 인원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이다.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실은 이러한 전망과는 사뭇 다른 고민을 던져준다. 제도가 확대될수록 도리어 학생과 대학 모두가 혼란을 겪는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자율전공학부의 본래 취지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여 적성을 찾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상위권 학과, 소위 인기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취업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이 우선시되면서, 기초 학문이나 비인기 학과는 외면받고 특정 전공으로 학생이 몰리는 학문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과대학, 경영학, 데이터나 인공지능 관련학과 등 취업률이 높은 몇몇 학과로만 인원이 폭발적으로 몰리고,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같은 기초 학문 분야는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학의 다양성을 해치고 학문의 균형 발전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갑작스러운 무전공 인원 확대는 대학 운영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다. 특정 시기에 특정 학과로 인원이 몰릴 경우, 해당 학과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여 일부 학생들은 원하는 전공 수업을 수강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학생 수요 예측에 실패할 경우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재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
또한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등학생 때까지 특정 학문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할 기회가 없었던 상태에서, 대학 입학 후 짧은 시간 안에 평생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한다. 명칭은 '자율'전공이지만, 실제로는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식 전공 배정이 이루어지거나, 원하는 전공으로 갈 수 있더라도 여러 전공을 탐색하기보다는 미리 어느 정도 전공을 선택해 전공기초 과목을 수강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은 다른 학과 학생들보다 소속감 결여를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 같은 학과임에도 수업이 겹치지 않고 2학년이 되었을때 흩어지는 구조이기에 동기나 선후배와의 관계에서 대학 생활의 큰 축인 소속감과 유대감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점은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발과정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인원을 늘리기보다는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 등 계열 단위로 묶어 입학시킨 뒤 그 안에서 전공을 탐색하게 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단과대학이 나뉘어진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쏠림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전공과목 수강에 있어서도 계획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자율전공학부에 수업에서도 단순히 학과에 대한 홍보나 설명외에 학생들이 간략하게나마 해당 학과에 강의를 들어보며 다양한 학문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자율전공학부가 인기학과로 가기위한 차선책이 아닌 전공을 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도움과 기회를 주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전공 선택권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설계를 돕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