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친구가 절에 간다기에 나들이 삼아 따라 나섰다. 집 앞까지 태우러 온 친구의 차에 올랐다.
팔공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불굴사를 향한 차는 뒷 갓바위 가는 길까지 달려 우측으로 빠지더니 산 중턱 사찰 바로 앞까지 올랐다. 요즘은 사찰 가까이에 주차장을 만드는 곳이 많은데 이곳도 그러하여 걷는 수고로움을 덜어 주었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니 사찰 경내가 한눈에 보였다.
친구는금강경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오랜 기간 사찰 봉사단에서 활동하여 불심이 깊다. 불자가 아닌 나는 친구를 따라 족두리 쓴 약사불과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별보궁에서 절을 했다. 친구가 시주하고,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모습을 따라 흉내 냈다. 갓바위가 양의 기운이 있고 갓을 쓴 남성상이며, 이곳은 음의 기운이 있는 절이며, 족두리를 쓴 약사불은 여성상으로 부부라는 설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사찰 경내에서 몇 시간 쉬는 것으로 안정시킨다는 친구는 믹스 커피를 마시며 “참 좋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홍주암으로 이끄는 화살표가 보였다. ‘김유신 장군 삼국 통일 성취 기도 굴이며 운효대사 최초 수행굴’이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우리는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산중이라 길 옆으로 키 큰 나무가 있어 내리쬐는 여름 볕을 잘 막아 주었다. 홍주암은 자연 동굴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그저 바위일 뿐이다. 다만 암자 앞에 둥근 붉은 기둥과 지붕이 바위를 비껴가며 용케도 아귀 맞춰 서 있는 형태이다. ‘행복백팔계단’을 따라 올라 바위 속으로 들어가야 마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천 년도 더 전에 원효대사와 김유신 장군이 수행하고 기도하던 홍주암이다. 홍주는 태양을 뜻한다고 하는데 바위에 새긴 부처님 전 앞에 붉은 구슬이 놓여 있었다. 친구가 구슬을 쓰다듬은 후에 절하라고 일러 주어 가족의 건강을 빌며 구슬을 쓰다듬었다.
홍주암에는 붉은 구슬 외에 소화와 신장에 도움이 되는 ‘아동제일약수’가 있다. 바위틈에서 미세하게 흐르는 약수를 물통에 받아 두고 방문객이 마실 수 있도록 표주박을 갖다 두었다. 소화기에 문제없고 신장도 제 기능을 잘 하기를 바라며 한 바가지 떠서 약수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