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를 매우 잘 그리는 장래가 촉망받는 여류 화가가 있었다.
그녀의 작품을 접한 평론가는
"당신의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 말을 곧 잊어버리지만, 이틀 뒤 그의 비평이 신문에 실린다.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
이제 그녀의 뒤에는 좋은 작품들을 만들지만, 깊이는 없다는 수식어가 뒤따르게 된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조차도 자신이 깊이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점점 황폐해지고,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써버리자..
방송탑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그러자, 처음 깊이가 부족하다고 비평했던 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단평을 기고했다.
"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사람이 상황을 이겨 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을 다 같이 지켜보아야 하다니,
이것은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번 충격적인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적 관심과 예술 분야에서의 사려 깊은 동반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국가 차원의 장려와 의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결국 비극적 종말의 씨앗은 개인적인 것에 있었던 듯하다.
소박하게 보이는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 충격적인 분열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이고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사람들은 '깊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깊이'란 무엇인가?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이야기다.
평론가는 처음 여류 화가의 작품에 '깊이가 없다'고 말하고,
그녀가 죽은 후에는그녀의 작품에 대하여 '깊이를 강요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의 평론에 대해 가타부타 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별 생각없이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이 잘못한걸까?
아니면 그 말에 휘둘려 자신을 잃어버린 화가가 잘못한걸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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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이방인 작성시간 26.06.16 사아칸천사 [향수] 읽고 며칠동안 악몽에 시달렸던 기억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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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사아칸천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6 이방인 저런...상상력이 너무 풍부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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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청우 작성시간 26.06.16 얼마전 아침에 출근하다가 적어놓은 글.
"생각을 깊게 한다는건 생각끼리 부딪치게 두는게 아니라 하나하나 적어보며 정리를 하는것" 인가보다......
문득 깊이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졌는데. 깊이 있는 대화를 하려면 깊이 있는 사고를 해야하고 그게 뭘까를 멍하니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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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사아칸천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6 깊이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해야하고 그게 뭘까를 멍하니 생각하다보면 사람들이 기피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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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청우 작성시간 26.06.16 사아칸천사 사람들이 기피하면 어쩔수 없죠. 그 역시 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