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17. 금 전남 남원 수정봉(804.7m), 구룡계곡 다녀와서
오래전 대학생이었던 시절, 내가 다니던 대학 어학연구소에 당시 우리나라에 파견된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미국의 젊은이가 한 사람 있었다. 그는 휴일만 되면 배낭을 메고 나갔다. 어디에 가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산에 간다고 했다. 자기 고향 미국에는 가까운 곳에 산이 없어서 산에 가려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한국에 오니 산이 너무 많아 좋다고 했다. 몇 발만 걸어 나가면 산이고 차를 타더라도 조금만 타면 되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 그때 그 친구와 벗이 되어 함께 산에 다녔더라면 그 친구도 좋고 나도 좋았을 것인데 산이 그렇게 좋은 줄을 그 때는 몰랐었다. 늦부지런내서 이제야 산이 좋은 것을 알고 쫒아 다니려니 무척 힘이 든다.
여원치에서 출발하여 수정봉, 구룡봉을 지나 구룡계곡으로 해서 육모정까지 오는 길은 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나무
숲이고 육산이어서 걷기는 좋았다. 나는 어쩐지 소나무 숲을 걸으면 기분이 좋다. 공기도 제일 좋은 것 같아 입까지 크게
벌리며 자주 심 호읍을 하면서 걷곤 한다. 등산로도 평지를 걷는 것과 같은 평평한 곳이 많았다. 봉우리로 오르는 길도
완만하였다. 그러나 long course(긴 코스)였다. 구룡계곡에 도착했을 때는 다소 지쳐있었다. 비가 온 다음이어서인지
구룡폭포는 장관이었다. 계곡에 물도 많고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공포감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구룡계곡을 내려오는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철책과 철사다리들이 잘되어 있었지만 하산길인데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데 그것도 급경사길이 많았다. 도락산, 도봉산이 내 머리에서 왔다 갔다 했다. 그 산들보다 더 어려운 것 같은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 상당거리를 걸어서 지쳐있는 상태에서 험한 길을 만나니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가 없듯이 산행에도 대신 걸어줄 사람이 없으니 죽으나 사나 내가 걸어야할 길이라고 생각하며 안간 힘을 다 했다. 제 7폭포라고 하는 비폭동에 이르니 물이 옆에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옷을 훌훌 벗어던져버리고 물속에 몸을 담구었다. 모두 알탕이었다. 다행이 선두로 온 6-7명중에는 여자가 없었다. 여지들은 상당히 먼 거리에 있을 거라는 예측이었다. 그러기에 바로 길 옆인데도 모두 자유스럽게 물에 들어간 것이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여유를 가지고 물에서 놀았다.
육모정에 와서 또 한 번 물에 들어갔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6시간 이상을 걸었지만 물에서는 다른 어느 때보다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다. 뒤 따라오는 사람들이 많이 늦게 왔기 때문이다. 물속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