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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어머니의 바다

작성자티노|작성시간26.06.17|조회수62 목록 댓글 5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보던 어느 날, 요양병원에 있던 아들에게서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내려앉았다. 서둘러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원에서 병원까지는 두 시간 남짓한 거리였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용인과 이천 사이 어디쯤을 지날 때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결국 숨을 거두셨다는 소식이었다. 예상했던 이별이었음에도 눈앞이 아득해졌고 눈물조차 쉽게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이미 조용히 눈을 감고 계셨다. 상주로서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느라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원래 우리는 어머니를 화장해 납골당에 모셨다가, 훗날 국가유공자이신 아버지가 국립묘지에 안장되실 때 함께 합장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장례 첫날 밤, 아들이 조심스럽게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가 당신이 떠나시면 화장해서 넓은 바다에 뿌려 달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자식인 내게는 단 한 번도 하신 적 없는 말씀이었다. 물론 그 말을 아버지께 전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당연히 훗날 어머니와 함께 묻힐 것으로 생각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늘 마음 한편에 답답함을 품고 사셨지만, 그것이 바다를 원한 진짜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나는 아들의 말을 마음속에 묻어둔 채 어머니를 집 근처 추모공원 납골당에 모셨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아흔이 넘으신 아버지는 지금도 건강하시기에 더욱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없고, 어머니의 뜻을 다시 확인할 방법도 없다.

​가끔 부부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죽어서도 함께이고 싶은 부부가 있는 반면, 평생을 같이 살았어도 죽음 이후에는 각자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가족을 위해 참고 견디는 것만을 미덕으로 알았던 어머니 세대의 여성들에게, 바다라는 소망은 어쩌면 평생 처음으로 온전히 자유롭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머니는 지금도 바다가 없는 추모공원에 계시고, 나는 해마다 가족들과 그곳을 찾는다. 세월이 흐르며 나는 어머니가 꼭 바다에 계셔야만 자유로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정한 자유는 유골의 위치가 아니라, 남겨진 우리가 어머니를 어떤 마음으로 기억하느냐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영혼이 존재한다면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실까. 조그만 봉안당에 머물고 계실까, 아니면 이미 그곳을 벗어나 바라시던 넓은 바다와 하늘을 거닐고 계실까.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지금도 추모공원에서 어머니를 마주할 때마다 문득 바다를 떠올린다. 그 바다가 어머니의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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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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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샛별짱 | 작성시간 01:28 new 아마도 좋은곳으로 가셨으리라...

    맞아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 작성자들꽃 | 작성시간 07:45 new 나중에 합장하지 마세요
    사이가 좋았던 원수같던
    평생 같이
    살았으면 됐지
    죽어서까지 숨막힐거 같네요
    물론 영혼의 세계는
    모르지만
    엄마의 뜻에 따라

    그런데 바다에는
    못뿌리지 않나요
    오염된다고
  • 작성자삶의향연 | 작성시간 09:20 new 저희 어머님은 불심이 깊은 불자셨는데.. 아버지 생전에도.... 가신 후에도.

    '나 죽으면 강이나 바다에 뿌려라'
    하셨는데... 사실 저희도 아버지와 함께 납골당에 안치했어요.

    엄마의 생각이 또는 바람이... 불자로써의 바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강이나 바다에 뿌려드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도 동생과 가끔합니다.

    그냥 지금은 그게 자식으로써의 최선이었을 거라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 작성자바람소리 | 작성시간 09:48 new 어머니는 이미 바다에 가 계실 거 같네요
    자유로운 영혼으로....

    이승에서 맺은 부부의 인연이
    다음 생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그건 진짜 사랑일 거 같다는요...^^
  • 작성자인어공쥬 | 작성시간 10:49 new 죽어서
    땅에 묻히면
    흙으로
    화장하면
    한 줌의 뼈 가루로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은
    어디에 모시든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영혼은
    이미 자유여행을 떠나고 계실 듯
    평소에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계시지 않을 까 싶네요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은 접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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