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는 이 나무의 이름을 몰랐다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출근길에
가지 끝에 맺힌 맑고 영롱함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던 적이 있었을 뿐
오늘 출근길에
코끝을 스치는 향기에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본 거기에
라일락꽃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아, 좋다! 하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이 나무는 전에 내가
가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나무였다
그때는 나무의 존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떨어질 듯 대롱거리는 물방울에 꽂혀서
이 나무 아래를 서성였을 뿐
오늘 보니 이 나무가 라일락이다
지금은 아름다운 향기로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몽실몽실 예쁜 감성을 피어오르게 하지만
불과 한 달 전의 이 나무는
볼품없고 못 생겨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병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어린 나무였다
사람도 저리 무의미한 존재였다 해도
한 번쯤은 향기로 피어나는 시기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생을 한 바퀴 돌아나온
이제는 달리기를 멈춰도 되는
60 이후의 삶이 아닐까
나이 듦을 어떻게든 미화하고 싶은
나무와 사람의 생을 생각해 보는
라일락꽃그늘 아래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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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바람소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15 그렇군요
생김새도 이쁘긴 하지만
전 향이 훨씬 더 좋아요
포집이 가능하다면
저 향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어요 ㅋ -
작성자티노 작성시간 26.04.15 60 이후는 어쩌면 천천히 걷는 삶이 더 어울리는 때인 듯요.
느리게 걷는 걸음마다
오히려 삶의 풍경은 더 또렷이 보이니까요... -
답댓글 작성자바람소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15 느린 시간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할 시기인 거 같아요
점심 먹고 동네 한 바퀴 느리게 걷기
따땃한 햇살이 참 좋았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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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소민 작성시간 26.04.15 은은한 라일락 향기에 반해
마당이 생기면
라일락 나무를 심겠노라 결심한지 몇 십년째~~
마당이 안생기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