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 게시판

(회상) 신작로

작성자루나|작성시간26.06.14|조회수116 목록 댓글 7

구비구비 바다가 휘도는
산자락에는 신작로가 있었다.
차라락 차라락 버스 바퀴에는
자갈들이 놀라 춤추고
버스를 탄 어린 학생들은
의자에서 널뛰며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비온 뒤 불어난 물을 건너는
버스는 일렁일렁 몸을 흔들어 댔고
애들은 매번 같이 춤을 추었다.
멀리 지나간
그립고 아련한 것들에는
신작로가 있었다.
장 보러 가신 엄마를
목빠지게 기다리다 지칠때쯤에
하루에 두세번 오는 버스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저 멀리 산자락에 나타날때면
우리들은 신작로까지 총알같이 내달려
엄마의 보따리를 나눠 들었다.
어느 한 가을, 명절을 맞기 위해
오징어 배를 타러간 아버지는
배멀미로 죽다 살아나서는
까매진 얼굴로 동네 아재들과
사과 한 상자씩을 등에 짊어지고 어둑어둑 저녁에 개선장군처럼 나타나셨다.
불어난 물로 찻길이 끊어지자
자그락대는 이십리 신작로길을 걸어오셨다 했다.
그때의 그 귀한 사과는
지금도 생생하게 천상의 맛으로 남아있다.
이제 황혼이 돼서야
부모의 사랑이 가슴에 와 닿고
그때가 그립고 부모가 그리워
눈가를 적신다.
아득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그리움이 뭉게뭉게 묻어나는 그곳.
바닷가 깡촌에는 신작로가 있었다.
202606~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작은놀이터 | 작성시간 26.06.14 잘보구 갑니다.스웨터 입은 모습 그립네요.유행이었썼나~
  • 답댓글 작성자루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ㅋ~~안녕하세요?
    저 당시 유행이었죠
    추석 명절에 엄마 치마꼬리 잡고 보따리 장사 물건중 가장 예쁜 스웨터를 점찍고 조르고 졸라 얻어 입은거...
    댓글 이모티콘
  • 답댓글 작성자작은놀이터 | 작성시간 26.06.15 루나 국민학교1학년때는 왼쪽가슴에 손수건하나식 달고 다녀는데 그때가 그립네요
  • 작성자아침가리 | 작성시간 26.06.14 와! 루나님이 이리 글을 잘쓰실줄~
    뒤에서 오른쪽이 루나님인가요 ㅎ
  • 답댓글 작성자루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아유~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네~^^그리고
    오른쪽위는 저이고 아래는 동생이구요.
    두집 자매들요 ㅎㅎ
    그 시절
    국민학교 5학년인데 깡촌에서 저렇게 사진을 찍은것도 신기하네요~ㅋ
    댓글 이모티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