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소녀 / 天花 최덕규
어릴적 시골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에
풀잎처럼 청초하고 어여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면사무소 면장님댁 딸이었다.
가지런히 빗어 내린 귀여운 단발머리에
보름달처럼 환한 얼굴, 별빛처럼 반짝이는
맑은 눈망울에 살며시 미소 짓는 모습은
까까머리 남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싱그러운 아침햇살 같은 사랑스런 소녀였다.
특히, 친구 한용이는 그 소녀를 무척 좋아했다.
한용이와 나는 같은 마을에 살면서 형제처럼
토닥이며 잡다한 수다를 떠는 막역한 사이였다.
우리는 서로 키득키득 깔깔대며 그 소녀 이야기를
주제로 순박하고 천진난만하게 마냥 즐거워했다.
휴일이나 방학 때, 시내에 가는 날에는 그 소녀의
얼굴 한번 볼 수 있을까 하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집 앞 대문을 기웃거리다 인기척이 들리는 듯 하면
쑥스러워 황급히 후다닥 골목길로 도망치곤 했다.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화동초등학교 6학년 “김혜자”
그녀를 본지도 어느덧 수십년의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젠,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는 삶의 간이역에서
잠시 쉬어가며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본다.
그녀도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지금은 어여쁜 소녀에서 고운 중후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녀만의 인생길을 행복하게 꿋꿋이 걸어가고 있으리라.
파란 하늘 아래 멋진 산들과 계곡, 그 사이로
맑은 강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이 정답게 노닐던
한 폭의 그림 같은 나의 사랑 “화동초등학교“
그 교정 안에 풀잎처럼 청초하고 어여쁘던
그 소녀가 교실 앞 예쁘게 활짝 핀 벚꽃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피어올라 하얗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