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월 / 동명 최재원
어젯밤에 탄천 시냇물 갓길 따라 걷다
잠시 멈추고 풀숲 주위에 기다랗게 누운
벤치에 걸터 앉아 나는 들었다
중년 노파들의 주고받는 한 세월 대화를
"요즘 영감이 왜 안 보여?"
"한 달 전에 갔어"
"아니, 가다니 어딜 갔어?"
"아주 영원히 살 곳으로 갔지"
대답이 힘도 안 들게 쉽게 나왔다
"두 사람 사는 것이 별로 정이 없어 보이드만,
그래도 너무 일찍 보냈잖아?"
"더 늙기 전에 뜨거운 사랑 처음으로 흠뻑 적셔주고 갔지"
"ㆍㆍㆍㆍㆍ?" , "ㆍㆍㆍㆍㆍㆍ?!"
"혼자 앉아서 TV 보다가 슬그머니 갔어"
그래도 앓지 않아 가는 자기도 고생 안했고,
나도 간병 할 일 없었으니 힘들잖았고, 그렇게 갔어"
"죽는 복은 애초부터 타고 났나 보네!"
"떠나간 사람도 복이지만 남은 나도 그사람한테 처음 받은 복이지"
먼저 간 죽음이 첫사랑이 된
어느 부부의 사랑 얘기도 내려다보고 있는
달님 얼굴 때문에 쑥쓰러워 끝이 났다
옆에서 듣고 있자 하니 서서히 내 마음에 스며드는 하나도 틀리지 않는 말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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