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묘 [素描]/정보경
장독대 감나무 아래
낮게 걸린 빨랫줄에
고추잠자리 보리잠자리 꽁지를 쳐들고
한 줄로 선 옥수수는
붉은 수염을 쓰다듬는 것이었다
둑 아래 푸른 논에서는
개구리 청청하게 울며
벼포기 사이로 자맥질을 하는데
오도가도 못할 소나기 퍼부으면
어머니 빗속을 걸어와 애호박을 썰어
기름진 부침개를 지지시고
무쇠솥에 보리알과 서리태 콩을 달게 볶아
구멍 난 입들을 고소하게 달래주셨다
유월의 해는 뜨거워
고구마밭 푸른 풀들을 호미로 쓱쓱 긁어내고
저녁 빛이 고이는 마당에 덕석을 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햇고구마
쪼개어 먹고나서
밤하늘에 또로록 박힌 여름 별들을
새벽까지 헤아리면
우리들의 서울 서울이 가슴마다 아스라이 뜨곤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