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다 / 정한용
사고 후 방치해 둔
자전거 바퀴에서 바람이
모두 빠졌다.
두 달 만에 납작해 졌다.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나도 모르는 어딘가, 살던
집으로 돌아갔을까.
우리 모두 없던 곳에서 와서
없는 곳으로 가겠지.
일전엔 나보다 훨씬 어린
조카가 이승을 빠져나갔다.
그를 태웠던 수레바퀴에
작은 에러가 났을 텐데,
난 몰랐다.
빠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납작해졌음을 알았다.
헤어 보면 우리 곁엔
납작해진 흔적이 숱하다.
어머니가 빠진 자리,
아버지가 빠진 자리,
그리고 내 상처를 훑어낸
흔적들,
겹겹이 쌓인, 두께도 무게도
없는 그것들이, 우리 생을
곧추세워주었을 것이고,
그러다 바람 빠지면
납작 주저앉았을 것이다.
빠진 곳은
저절로 채워진다지만,
사실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누구는 누름에 빠지고
누구는 연애에 빠지는데,
빠지고 나면
그 자리는 낯선 것이 된다.
처음처럼 되지 않는다.
요즘 나는 몸무게가 빠진다.
나도 납작해지고 있다.
@『희망이라는 절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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