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근 셀비아/예당 조선윤
초여름의 길목 낮게 내려앉은
새벽안개를 닮은 보랏빛이
바람 결 따라 일렁인다
보랏빛 셀비아 꽃대마다
세월의 이야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 스쳐 갈 때마다
그리운 이름 하나씩 흔들린다
함께 웃었던 날들이 꽃이 되고
함께 견뎌낸 시간이 향기가 되어
초여름 햇살 아래
보랏빛 꽃밭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땅속 깊이 단단히 움켜쥔 뿌리로
기어이 다시 피어나는 꽃
화려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장미의 붉음도
수줍게 고개 숙인 백합의 순백도 아니지만
깊고 아득한 보랏빛은
마치 누군가를 향한 오래된 그리움 같다
초록빛 줄기 끝에 층층이 매달린 작은 꽃잎들은
하늘 향해 두 손 모은 보랏빛 기도 같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는
가슴속에 묻어둔 아련한 추억을 깨운다
내년 이맘때도 서성이는 발길 곁에
한결같은 위로로 남아 있기를
그렇게 가장 깊은 색으로 피어나
가장 고요한 울림으로 계절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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