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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시모음

숙근 셀비아/예당 조선윤

작성자찢어진 청바지|작성시간26.06.09|조회수8 목록 댓글 0

숙근 셀비아/예당 조선윤  
 
 
초여름의 길목 낮게 내려앉은
새벽안개를 닮은 보랏빛이
바람 결 따라 일렁인다
보랏빛 셀비아 꽃대마다
세월의 이야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 스쳐 갈 때마다
그리운 이름 하나씩 흔들린다 
 
함께 웃었던 날들이 꽃이 되고
함께 견뎌낸 시간이 향기가 되어
초여름 햇살 아래
보랏빛 꽃밭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땅속 깊이 단단히 움켜쥔 뿌리로
기어이 다시 피어나는 꽃
​화려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장미의 붉음도
수줍게 고개 숙인 백합의 순백도 아니지만
깊고 아득한 보랏빛은
마치 누군가를 향한 오래된 그리움 같다 
 
​초록빛 줄기 끝에 층층이 매달린 작은 꽃잎들은
하늘 향해 두 손 모은 보랏빛 기도 같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는
가슴속에 묻어둔 아련한 추억을 깨운다
내년 이맘때도 서성이는 발길 곁에
한결같은 위로로 남아 있기를
​그렇게 가장 깊은 색으로 피어나
가장 고요한 울림으로 계절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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