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저문다/정우영
저 건너에서 한 사람 불러내라고 하면
누굴 꼽아야 할까.
어머니나 아버지? 아니면 할머니?
하지만 오늘밤 나는 불경스럽게도
저 곽산 떠도는 소월을 모셔와서는,
새로 나온 정미조의 개여울이나
실실, 함께 따라 부르고 싶다.
그런 다음에는 뭘 할 거냐고?
글쎄? 무슨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냥 가만히 그이의 손바닥을 쓰다듬으며
그의 목숨에 찰랑거리는 물음들,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가.
그런 밤이다.
찔레꽃이 와락 찾아와서는
한참을 숨죽여 흐느끼다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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