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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시모음

들었다가 놨다가 / 정보경

작성자찢어진 청바지|작성시간26.06.16|조회수15 목록 댓글 0
들었다가 놨다가 / 정보경 
 
 
비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뚜껑이 먼저 움직인다 
 
들렸다가
잠시 공중에 머물다
다시 내려앉는 것들 
 
가마솥 안쪽에서
물이 아니라 시간이 끓는다 
 
막걸리에 불어난 반죽이
손바닥의 궤도를 따라
둥글어질 때 
 
박혀 들어가는 콩알들
입속이 아니라
어딘가의 여름 속으로 
 
마루에 누우면
가슴 위로 떨어지는 낙숫물 
 
나는 젖지 않고
소리만 젖는다 
 
기러기 두 마리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고
마당을 한 번 스쳐간다 
 
갈리는 것은 콩이 아니라
시간의 입자들 
 
흰 물이 붓고
젓는 손이 있고
그러나 
 
무엇이 누구를
저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몽글몽글
형태를 갖기 직전의 것들 
 
네모가 되는 순간
잘려나가는 가장자리들 
 
어머니의 손끝에서
해당화는 피지 않고 
 
며칠을 비워둔 하늘이
갑자기 내려앉아 
 
모과나무 아래
구멍 난 우산을 쓴 채
나는 그 아래 앉아
들렸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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