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마을 외나무다리/예당 조선윤
내성천 물결 위에 길게 누운 외나무다리
폭은 한 사람의 발걸음만 허락하지만
그 위로는 수백 년 세월의 사연이 오갔다
장마가 오면 물에 떠내려가고
물이 빠지면 다시 놓이던 다리
사람들은 나무를 이었고
그 다리는 마음을 이었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길은
그리움을 건너는 길이다
한 걸음 내디디면 어린 시절이 오고
또 한 걸음 내디디면
먼저 건넌 웃음소리가 따라온다
물은 흘러가도 다리는 기억을 붙들고
세월은 늙어가도 길 위의 정은 늙지 않는다
무섬마을 찾아 다시 건너보는 날
외나무다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가 되어
물과 하늘 사이를 조용히 잇고 있다
바람은 강물 위를 건너고
사람은 다리 위를 건넌다
흔들리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가슴속 오래된 그리움
조심스레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는 세월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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