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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시모음

지금 이 순간이야 / 정호승

작성자cbdc반대(박윤억)|작성시간26.06.18|조회수13 목록 댓글 0

지금 이 순간이야 / 정호승

한 노인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산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내리쬐는 뙤악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팡이로 박자까지 맞추며
신나게 노랫가락을
흥얼거렸습니다.
"참 이상하다.
저 노인은 이제 인생을
다 살았는데
뭐가 저렇게 즐거운 것일까?"

목을 쭉 빼고
노인을 쳐다보고 있던
길가의 나리꽃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노인의 노랫소리는
이 산 저 산으로 메아리 되어
계속 울려퍼져 나갔습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노인이 놀라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예요 여기"
나리꽃은 할아버지가
자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걸음을 재촉하려 하자
크게 소리쳤습니다.

"으응 , 예쁜 나리꽃이로구나 .
네가 날 불렀니?"
"예, 할아버지"
"그래 왜 날 불렀니?"

"할아버지는 뭐가 그리
즐거우세요?
저는 이제 곧 시들어버릴 것을
생각하면 슬퍼 죽겠는데,

할아버지는 어째서
그렇게 행복해 보이세요?
할아버지도 이제 인생을
다 사셨잖아요"

"그래, 그래서 날 불렀구나.
나리꽃아 너무 슬퍼하지 마라.
나도 얼마있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나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나의 현재를 망칠 순 없지
않겠니?"

노인은 나리꽃을 향해
빙긋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전 처럼
지팡이로 다시 박자를 맞추면서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유유히 산 모퉁이를
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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