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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시모음

산은 흐르지 않는다 / 조 희

작성자cbdc반대(박윤억)|작성시간26.06.20|조회수15 목록 댓글 0

산은 흐르지 않는다 / 조 희 
 
 
애인을 빼앗기고
검게 타 버린 산에 젖어 들면서
계곡물 대신 내가 흐르면서
산을 오른다. 
 
애인의 이름을 부르면 입속에서 혓바닥 색이 얼굴빛보다 먼저 바뀐다.

그동안 나는 한 번도 진짜 어둠이 된 적이 없었다.

제자리가 망각의 자리라는 것도 몰랐다. 
 
바람은 기다란 뿔을 세우고, 기억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애인과 양양을 갔을 때, 검은 숲을 처음 봤다.

산은 불에 활활 탈 때도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나보다, 바보같이. 까맣게 타 버린 나무 곁에서, 리트머스처럼 죽음에 젖어 들면서, 울부짖는 산짐승 소리를 들었다. 인연을 한낱 종잇장 찢는 소리라 하자. 
 
애인은 방학이면 늘 산으로 갔다. 입술에서는 샤먼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손에는 흙냄새가 묻어 있었지만, 그 애인을 끝내 집 안으로 들이지 못했다. 산은 흐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자꾸 흐르는데, 신호가 닿지 않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검은 숲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잎사귀를 다 떨어뜨린 다음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처럼, 이 숲을 지나면, 애인이 서서 손짓할 것만 같다. 아무르 순록과 사슴, 왕부리새 투칸과 딱따구리의 눈물이 고인 양동이에 발을 담근다면, 심장도 검은 피를 돌게 할 것이다. 
 
산은 흐르지 않는다. 그러나 검은 숲에는 윙컷한 새가 없고, 나뭇잎들은 곧 초록 파도 소리를 뱉어낼 것이고, 어디선가 새들의 번성은 어김없이 도래할 것이고, 끝과 시작은 자꾸 흘러야 하니까, 나는 검은 숲. 망각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부르다가 나를 잃어버린 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어제 만났던 늙은 여인은 말했다. 산은 시원하고 평안한 거라고 산이 그 자리에 있는 게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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