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이 부른 삶의 초대 / 이경란
돌계단에 젖은 어둠 먼저 내려앉고
신발 소리 몇 겹 어디론가
조금씩 늦게 사라진다
등불이 흔들리며 길을 열어놓고
하루의 무게 같은 게 손바닥에 남는다
연등은 꺼지지 못한 마음처럼 붉게 숨 쉬는데
풍경 소리는 자꾸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문살 틈의 빛이 얼굴을 스치다 말고
이름 같은 것들이 빗물처럼 흘러내린다
빈 손이 고요를 다 받지 못한 채로 남고
발끝에서 길이 흐르다 말다 한다
등 뒤에 남은 불빛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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