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 이경란
어제는 친구 딸 결혼식에 갔다
오월의 끝자락
축하받아야 할 사람은 분명 따로 있었다
오래전 운동장을 함께 뛰어다니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 출발을 앞둔 두 사람을 축복하고 있었다
특별주례를 맡은
정준호의 목소리가 예식장을 채우고
사진 촬영을 하던 그는
내 곁에서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그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을 날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일은 따로 있었다
친구들이 내 작가대상 수상 소식을 꺼내며
저마다 축하를 건네기 시작한 것이다
신랑 신부를 향하던 축하의 말들이
잠시 방향을 바꾸어
내게도 머물렀다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축하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래된 친구들의 진심은
화려한 꽃보다 따뜻했고
짧은 한마디는
큰 상보다 값졌다
돌아오는 길
결혼식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지만
그날의 기쁨 한 조각은
내 몫으로도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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