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글루와 파도 라떼 // 이혜미
만년필에 향수를 채워 투명한 편지를 적고 있어 당신은 묻겠지 이 글씨들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낯선 무늬들을 따라간 저녁 우리가 매번 어떤 물결에 걸려 넘어졌는지
유월의 밤바다에서는 꽃잎을 태운 냄새가 났다 무성해진 상처를 헤집으며 물보라가 피어날 때 파도는 갓 태어난 파지들처럼 창백했어 깃들지 못하는 습관은 자꾸만 숨겨진 모서리를 만들었다
당신은 놀랄 거야 무모한 다정으로 마음의 빈자리를 채웠다는 사실에 얼음이 공기방울을 소중히 품듯이 우린 결핍의 자리를 내내 맴돌았지 눈을 감고
모래 속에 손을 묻으면 새 마음을 얻을 줄 알았는데
다정한 말 속에서도 문득 한기를 느끼곤 했어
허공에 집을 지어둔 사람처럼
당신은 조금 웃고 머리를 쓸어올린 뒤 적기 시작한다 : Dimenticare. 썰물은 사랑의 마지막 관문이자 여름에도 녹지 않는 얼음의 시작입니다. 조개가 상처의 알을 빚듯 헤매던 자리는 안쪽의 빛으로 남습니다. 바다의 문법은 떠남의 되풀이니까요. 우리가 지난여름 모래사장에 서로의 이름을 맡겨두었듯이
해변에 당신이 접어둔 쪽지들이 희게 쌓여갔다 모래에 묻어둔 손이 서서히 사라지는 꿈을 꾸며 잃어버린 자리에 새로운 입구가 생겨나는 것을 바라보며 이제 당신은 당신이었던 것들로부터 멀어지며 흰 어둠을 만나러 간다 잠시뿐인 곁이라도 좋았지 검은 펜과 투명 펜을 번갈아 쓰듯 한없이 이어지던 여름밤의 마법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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