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전파사/이설야
고장난라디오에서 빗물소리가 난다
문 닫은 영원전파사, 나비 한마리가
유리문에 앉아 날개를 펼친다
수만년 전의 분들이 깜박깜박 쏟아져내리는데
나비는 천둥소리를 훔쳐 달아나다가 박제가 된다
꽃에게서 수집한 시간도 멈춰버린다
원전파문앞에 구름들이 몰려와 서성거린다
곧 결거가 시작될 거라고,
전파사 주인은 바람난 아내를 찾아
안개구름을 따라나선다
발목이 삐면서도 마람은 상처때문에 더 멀리 달아난다
고장난 라디오가 나비의 주파수를 찾아
멀리서 지지직거리고 있다
시집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창비 2016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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