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이원근
때가 되었음을 알았는지
이른 여름의 몸짓으로 지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이나
부드러운 흙으로 가득한 땅바닥에도
지나치는 바람과 함께
선명한 여름의 흔적들이 사방을 뒹굴고
내년을 기약할 암시마저
지나가다 멈춘 발걸음 앞에
조용히 건네 주면
허물없는 사이가 탄로난다
참, 싫다
싫은 표정을 가슴에 담고
너를 보낼 여름이란 항아리안에
담을 회한의 감정
내년에 새로이 만나면
뽀록 날 기쁜 표정 아래
창문 밖 화단을 내리쬐는 햇빛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너를 향해
"고생했어"
누구나 똑같이 걸어 갈
길이었을,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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