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닫은 자의 계절 / 이경란
입술은 바람개비처럼 분주한데
귓바퀴는 녹슨 자물쇠를 닮았다
건너오는 말마다
문턱에서 신발을 벗어두고 돌아간다
거울은 매일 얼굴을 비춰주건만
마음의 먼지는 끝내 털어내지 못한다
고집은 돌담보다 높아
햇살 한 줌도 넘겨주지 않고
상대의 진심은
우편함에 갇힌 편지처럼 빛이 바랜다
귀를 닫은 동안
세상은 수없이 등을 돌렸고
듣는다는 것은
고개를 숙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를 먼저 읽는 일임을
늦은 낙엽 하나가 발끝에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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