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와 살구/ 나유순
보리 수확이 끝나면
우리 동네에는 없는 살구가
아랫마을 나무에서 볼그레 익어간다
할아버지 몰래
할머니는 보리를 퍼 담아
살구를 좋아하는 내게
보자기 하나 건네신다
한달음에 자전거 페달을 밟아
미주네로 달려가
보자기를 내밀며 외친다
"야, 살구 사 와"
살구는 내가 건넨 보리보다
훨씬 많은 양으로 돌아왔고
보리가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계절이면
보리를 살구로 바꾸어 주시던
할머니의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리움도 함께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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