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애인에게 가리라/이월호
꽃가루를 털어낸 유월의 숲
쌓는 것보다 허물어 버리는 게
쉽고 익숙한 어제를 살았는데
숲은 묵묵히 쌓아 올리고
다져 놓아 깊고 단단하구나
쭉쭉 짜 낸 치자 물처럼
요란하지 않고
그윽하면서 짙게 여울진 수채화
밤새 바람이 끌어안은 나뭇잎의
향기가 묻은 붓 끝을 만져보고 싶다
푸른 점 같은 향기를 퍼트리는
전달자가 되어 애인의
시선이 있는 자리에 풀어 놓으리라
달콤한 서사의 질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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